총리실 "서울~세종시 행정비효율 해결"
국무총리실이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공무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업무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올해 말께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이 세종시로 이주하는 시점에 맞춰 정부 행정의 중심축을 세종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주요 부처 장관 및 고위 간부들이 국회 일정에 맞춰 대거 서울에 상주하는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독일 행정부 벤치마킹

25일 총리실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확정된 ‘세종시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수정해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시 발전 방안은 세종시 로드맵의 최상위 계획이자 세종시 개발의 법정 지침으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세종시지원위원회가 결정한다.

정부가 세종시 발전 방안을 1년 만에 수정하기로 한 것은 당초 행정중심도시로 설계된 세종시가 오히려 국가 행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말 작성한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 효율성 진단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발생하는 행정 비용은 연간 4조8108억원에 이른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영상회의 활용 확대, 공무원 출장 자제 등 현행 대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연구기관, 학계 등이 제시한 모든 해결 방안을 모아 놓고 원점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린다는 방침이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정부 부처 간 공식·비공식 회의를 세종시 중심의 회의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에도 눈을 돌려 독일 행정부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본과 베를린으로 행정기관이 분산돼 있는 독일은 원격 화상회의 등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도 영상회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시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독일 정부가 영상회의를 통해 어떻게 부처 간 소통 능력을 키웠는지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투자 유치도 확대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위 관료들의 서울 상주 문제가 정부 내 일정보다는 정기·임시국회 일정 등에 더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국회 대정부 질문을 원격 화상회의로 진행하거나 장·차관 대신 실무 관료들의 답변을 가능케 하는 풍토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다수 장관들이 국회가 열리는 기간에 서울을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회가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을 줄이는 데 얼마나 협조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종시 발전 방안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예상과 달리 민간 투자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2곳이 입점을 결정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투자가 없다. 또 지난 1년 동안 청원 충주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다수의 지역이 민간 투자 혜택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세종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세종시가 행정기관만 가진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타지역에 비해 부족한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