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복분자 또는 재스민 향으로/코털을 자극하는 일/술에 의한 술책의 시작이다/(…)/활활 타는 위스키 한 모금, 짜릿한 쏘오맥/목구멍 열고/식도를 따라 첨벙 위 속으로 털어 넣으면/술술 주술이 먹혀들어가는 것/술책은, 1퍼센트의 향기와 1퍼센트의 독기/1퍼센트의 열기로/그들의 혓바닥에 바늘을 돋게 하는 것이다’(‘면책사유’ 부분)

성태현 시인이 최근 발표한 첫 시집 《대칭과 타협의 접점》(시와에세이)에는 입에 감기는 시어에 위트를 담은 시 60편이 실렸다.

시인이 말하는 ‘대칭과 타협의 접점’이란 마주침과 결별 사이의 미묘한 중간점이다. 시인은 그 순간을 ‘접사’처럼 포착해 시에 담는다.

‘모름지기 접사란/접고 접히거나 접으며 접하는 교점이므로/눈 맞출 때까지 눈으로만 숨결을 더듬어라/살포시 속눈썹 내려놓은 그녀, 허상일 수도 있으니/햇살 오는 통로에 엎드려서 심기를 살펴야 하리라’(‘접사의 기술’ 부분)

위트가 담긴 작품들이지만 시를 대하는 그의 자세는 진지하다.

“살아있는 동안 답을 구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살아있을 때까지 내게 던지는 질문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