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욱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필자가 13년 동안 웨딩서비스기업을 운영하며 바라본 결혼 문화는 한마디로 ‘의미’는 사라지고 ‘돈’과 ’상품’이 지배하는 물질 중심의 통과의례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필자는 문제의 답을 본질에서 찾았다. 결혼 문화를 잠식한 상품과 돈 대신, 그 자리에 주인공인 ‘사람’이 자리하는 것이다. 본디 결혼이란 당사자를 비롯한 그 가족의 결합으로 새 가족이 형성되는 것이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의외로 해결책은 단순하다.
얼마 전 이효리의 예비신랑 이상순으로부터 “결혼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결혼식을 대신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체면치레를 고사한 두 사람의 예쁜 생각이 대견스럽기 그지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결혼 준비는 한마디로 스트레스다. 서먹한 양가 간에 불편하고 껄끄러운 얘기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통상 결혼을 준비하며 두 가족이 만나는 횟수는 고작 2~3회인 것이 현실. 이렇다 보니 많은 커플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을 겪는다.
그렇다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두 가족이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예단 비용으로 양가 가족이 여행을 떠나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흔해빠진 축가 대신 두 가족이 만나 한 목소리로 연습한 축가를 결혼식 당일에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다. 음악과 여행을 통해 어색했던 기운과 서운했던 감정들은 어느 샌가 눈 녹듯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비용은 줄이고 의미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지난 봄부터 필자의 회사에선 형식보다는 가족의 소통과 교류에 의미를 둔 웨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그 결과는 희망적이다. 예단 여행과 가족 축가를 체험한 신랑이 “두 가족이 친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전해왔을 때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요컨대 식 없는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결혼은 이효리처럼,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 결혼 문화에서 사라져버린 ‘가족’과 ‘사람’을 그 중심에 놓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우리의 결혼 문화가 한층 성숙해짐은 물론 가족 행복도 함께 찾아올 것이다.
김태욱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