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파문과 관련, 무리한 언론 통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영·미 당국 간의 돈독했던 사이가 삐걱거리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당국이 스노든 파일을 보도한 취재기자의 동성 연인을 공항에 장시간 구금하고, 해당 언론사에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논란에 휘말리자 미 백악관이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이 같은 기류가 불거졌다.

백악관은 가디언지에 자료 파기를 요구한 영국 정보 당국의 대응에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자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접근 방식이라고 밝혀 영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취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언론사 사무실에 들어가 하드디스크 파기를 감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어니스트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있으면 언론사에 들어가 자료를 파괴하겠느냐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며 이같이 대답했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스노든의 폭로 파문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거리 두기는 과도한 언론통제로 따가운 여론을 받는 영국 정부에는 타격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가디언의 자료 파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가디언에 제러미 헤이우드 행정장관을 직접 보내 국가안보의 위협을 이유로 관련자료 파기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언론들은 헤이우드 장관의 가디언 방문은 총리와 부총리, 외무장관 등의 승인 아래 이뤄졌으며 헤이우드 장관과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이 대화를 나누고서 자료 파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스브리저 국장은 이에 대해 "보유 자료를 정부에 반환할 수 없다는 뜻이 확고해 우리 손으로 파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해당 자료는 이미 복제됐기 때문에 이후에도 미국에서 후속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언론통제 논란과 관련 "기밀자료가 불순한 세력에 넘어가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와 대화하지 않는 것은 정부로서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