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입법 과정서 왕세자 영향력 행사설 조사

차기 영국 왕위 승계권자인 찰스 왕세자가 최근 잇달아 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인사들이 비밀리에 왕세자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정부 주요 부처에서 일해온 것으로 밝혀진데 따른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가 고용한 한 인사는 영국 국무조정실에서 2년간 일했으며 다른 인물은 환경식품농무부에서 14개월간 근무했다.

관련 부서 전·현직 장관들은 왕세자 측 인사가 자신의 밑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한 장관은 "누가 이들이 일하는데 동의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찰스 왕세자가 입헌군주제 하의 차기 왕위 승계자로서 자신의 권한을 넘는 일을 한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으며 혹시 정책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장관들은 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세자 측은 "왕세자가 고용한 3명이 정부 내에서 근무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들의 신원이나 업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근무를 승인한 이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왕세자 측은 "이들은 모두 임시 파견 형식이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파견 형식은 흔하지만, 왕실과 정부 간 파견은 사례를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국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라는 입헌군주제 이념에 따라 상징적인 역할에 머문다.

하지만, 찰스 왕세자는 사회와 환경 등 각종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면서 왕실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난 2010년 보수당 연립정부 출범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과 빈번한 만남을 통해 지역개발과 기후변화, 보건문제 등 각종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최근 드러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국 의회는 찰스 왕세자의 정치개입 논란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정부 입법 과정에 왕실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 다음 달 진상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