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청문회서 野의원들 집중공략…金 "기억안나" 발뺌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하루 전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누군가와 장시간 점심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문제의 점심식사 자리가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드러낼 연결고리로 보고 집중 공략한 반면, 김 전 청장은 유독 그날 점심만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16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김 전 청장에게 "지난해 12월15일 점심식사가 업무일지와 다르다"며 "정보부장 등 직원 12명과 먹었다고 돼 있는데 이분들은 청장과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날은 경찰이 12월16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대선 관련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이다.

김 의원은 당시 오찬 장소가 청와대 근처 식당이라는 점을 지적한 뒤 "오후 5시에 결제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회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거기서 모든 2차 공작이 실현되고 축소 발표까지도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문제의 식당으로부터 당일 김 전 청장을 포함한 7명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식사했다는 내용의 예약 접수증을 입수해 제시했다.

정 의원은 "7명이 28만원을 결제했는데 1인당 3만5천원짜리 식사를 했으니 남은 3만5천원은 술이다.

소주 2병에 맥주 5병으로 소맥 폭탄주를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청와대 근처에서 5시까지 점심을 먹었는데 국정원 직원, 청와대 직원, 박근혜 캠프 요원을 만났는지 궁금하다"며 비밀회동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누구와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지만, 박영선 의원은 "그날 오후 5시 사우나에 가서 손가락을 다쳤다고 해놓고 5시에 결제한 점심을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몰아세웠다.

실제 김 전 청장은 청문회 내내 당당한 모습으로 의원들을 상대하다가도 문제의 점심 관련 질의만 나오면 "저녁은 확실히 기억나는데 점심은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치권 인사는 아니다"라며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분명히 법정에서 소명할 것"이라며 "결코 대선 기간에 어떤 정치인도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고 실제 만나지 않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