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체포위협 시달려…브라질·독일서 후속 작업
감청 피하려고 이메일 암호화·인터넷 차단 등 동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미국 감청망 폭로를 특종 보도한 두 미국 언론인이 보도 이후 삶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미국 당국의 감청 위협에 시달리는데다 체포 위험 때문에 고국 밖을 맴도는 이방인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스노든이 빼돌린 미국 기밀 2만여 건을 보유한 사람은 세계에서 이 두 사람이 유일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46)와 다큐멘터리 여성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리스(49)의 근황과 스노든 특종의 후일담을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돌아가면 체포…취재원 보호도 못 해
과거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한 그린월드는 현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근교에 산다.

포이트리스는 독일 베를린에서 스노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편집하고 있다.

그는 최근 그린월드의 리우데자네이루 집을 찾아 NYT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는 당장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는 스노든 뿐만 아니라 이들도 반역죄로 처벌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직 정식 기소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공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수사 당국에 체포돼 신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린월드는 "내가 미국에 돌아가 체포되면 위키리크스가 미국 감청망에 대한 기밀을 폭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에 줄리언 어산지(위키리크스 창립자)와 잘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위키리크스는 정부의 모든 기밀을 글자 하나 빼놓지 않고 공개하는 것이 목표인 웹사이트다.

2만 건이 넘는 기밀을 보유하고도 공개나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그린월드보다 훨씬 성향이 급진적이다.

포이트리스는 베를린 거주 이유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내 취재자료를 온전히 지킬 자신이 없다.

정부가 감시하고 노트북PC를 압수한다면 취재원의 신원을 애초 지켜줄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보도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어디서든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포이트리스는 인터뷰 때도 암호화 채팅을 통해 스노든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에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 편집증 수준 보안 아래 취재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망 기밀을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에 넘겨준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NSA가 민간인의 전화·인터넷 통신내용을 마구잡이로 뒤진다는 사실을 알았던 스노든이었기에 언론인에게도 고도의 보안을 요구했다.

애초 스노든은 작년 그린월드에게 익명의 이메일을 보내 기밀문서를 넘겨 주겠다면서 우선 이메일 통신을 암호화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라고 요청했다.

설치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며 그린월드가 요청을 무시하자 스노든은 올해 1월 NSA의 첩보활동을 비판해온 진보 성향 다큐 감독인 포이트리스에게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포이트리스는 스노든의 보안 요청을 잘 따랐다.

정부를 성토한 작품 탓에 미국 공항에서 수차례 억류 조사를 받아 당국의 민간인 감시가 집요하다는 것을 안 덕이다.

스노든의 기밀 정보를 접한 포이트리스는 이후 그린월드에 공동 취재를 제안했다.

그녀는 취재팀의 정보 보안을 챙기면서 스노든과 그린월드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정부 감시망의 추적을 피하려다 보니 취재팀의 보안은 '편집증'적 수준이었다.

모든 이메일과 문서는 암호화했고 해킹을 따돌리려고 PC 여러 대를 돌려가며 썼다.

민감한 자료를 읽을 때 쓰는 PC는 인터넷 선을 뽑아버렸다.

스노든과 직접 인터뷰를 할 때는 휴대전화 해킹 감청을 막으려고 아예 배터리를 뽑고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었다.

스노든은 암호화된 채팅 형태로 NYT와의 인터뷰에 응해 "NSA의 민간 감청망이 폭로된 만큼 이제 언론과 취재원이 암호화되지 않은 통신을 쓰는 것은 용서 못 할 정도로 멍청한 일이라는 것을 다들 알 것"이라고 말했다.

◇ "스노든 파일 신중 분석해 선별 공개"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는 지난 6월 초 홍콩에서 처음으로 스노든을 만났다.

그전까지 스노든은 신원불명의 인터넷 제보자였다.

주룽반도 번화가의 레스토랑 앞에서 미리 정한 표식으로 '루빅큐브'(퍼즐 큐브)를 들고 나온 스노든은 만29세였고 창백한 피부 때문에 실제보다도 더 어려보였다.

포이트리스는 "제보자가 나이가 많은 고위직 인사인 줄 알았는데 정말 놀랐다.

컴퓨터에 해박해 고령은 아니지만 그래도 40대는 될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는 스노든의 호텔 방으로 가서 카메라를 켜고 제보자에게 여러 시간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미국 정보 당국의 민간인 통화 감시에 대한 그린월드의 첫 단독 기사는 6월5일자 가디언에 실렸다.

포이트리스는 스노든과의 대담을 편집해 6월9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대중에 신원을 알리고 싶다는 스노든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세상은 이 초유의 내부 고발자가 얼굴을 드러내며 발칵 뒤집혔다.

그린월드와 포이트리스는 아직 스노든에게서 넘겨받은 국가 기밀을 대다수 비공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

전 세계를 망라한 미국 첩보망에 대한 내용인 만큼 세계 각국의 관심이 크지만 이들은 위키리크스처럼 스노든 파일 전체를 단번에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신중히 자료를 분석하고 공익에 맞는 내용을 선별해 보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린월드는 가디언 외에 독일과 브라질 등의 매체에도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포이트리스는 "퍼즐 조각을 맞추듯 (분석) 작업을 하고 있으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