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불안요인 많아…물가안정 장담못해

8개월 연속 1%대의 낮은 상승률을 보여온 소비자물가가 하반기 들어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부담이 큰 분야가 불안하다.

버스, 택시, 지역난방 등 공공요금이 오르고 있으며 집중호우 이후 과일, 채소류 가격은 이미 급등세이고 전세 계약 갱신을 앞둔 시민들은 수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에 한숨만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이되 하반기 상승폭이 높은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공공요금 등 변수에 따라서는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공공요금 벌써부터 '들썩'
28일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충청남도 천안시의 시내버스 요금은 8월부터 일반이 1천200원에서 1천400원으로, 청소년은 960원에서 1천120원으로, 초등학생은 600원에서 700원으로 각각 오른다.

평균 인상률은 16.7%다.

충남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가 인건비, 유류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시내버스 요금을 평균 30% 올려달라는 관할 버스운송사업조합의 인상 요구를 조정해 의결한 결과다.

역시 8월부터 세종시의 택시 기본요금은 2천400원에서 2천800원으로 16.7% 인상된다.

거리요금은 107m당 100원에서 105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5초당 100원에서 34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다.

충남 공주시도 지역 택시요금을 8월부터 평균 12.2% 인상하기로 했다.

이미 제주도와 경상남도의 택시요금은 7월초에 인상됐다.

택시요금은 서울, 인천 등에서도 인상안이 검토되고 있고, 버스요금 인상은 울산 등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교통요금 뿐 아니라 지역별로 난방, 도시가스,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요금 등도 올랐거나 인상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7월 1일 지역난방 열 요금을 평균 4.9% 올렸다.

대구시의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은 8월부터 평균 0.09% 오를 예정이다.

경기 용인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격을 오는 9월과 내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평균 15.6% 인상하기로 했다.

◇전세가 '고공행진'에 장마 뒤 체감물가 급상승
서울 강동구 길동의 109㎡(33평형) 규모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집 주인의 전화를 받았다.

"오는 10월초 전세 계약을 재계약할 때 3천만원 가량 올려달라"는 통고였다.

집 주인은 약 2년 전 길동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강남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데 자신도 전세금 마련 때문에 사정이 어렵다는 신세 한탄까지 늘어놨다.

A씨는 2011년 10월 저축해놓은 돈을 다 털어 넣어서 2억9천500만원의 전세금을 마련했는데 대출을 받을지 고민 중이다.

KB국민은행이 매달 조사하는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2년 전보다 11.9% 올랐고, 서울만 보면 10.1% 상승한 상태다.

임희열 국민은행 팀장은 "전세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며 "2년만에 몇천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세입자들에게 연 1%대인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는 무의미해졌다.

장바구니 물가로도 상징되는 체감물가 역시 장마철 집중 호우 이후 급상승세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전국 17개 도시의 시장과 마트에서 벌이는 소비자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7일 현재 배추 1포기의 값은 3천75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6% 올랐다.

시금치(1kg 기준)는 한 달 전 3천989원에서 1만506원으로, 수박 1통은 1만5천300원에서 2만168원으로, 상추(100g)는 670원에서 1천623원으로, 애호박 1개는 1천197원에서 1천822원으로 각각 오른 상태다.

토마토, 오이, 열무, 미나리, 깻잎 등도 두자릿수로 상승했다.

신선 과채류 30여 품목 중 20개는 오름세다.

롯데시네마가 메가박스와 CGV에 이어 극장요금 인상에 나서는 등 일부 서비스 요금도 상승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