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빌리의 꿈
열한 살 소년 ‘빌리(Billy)’의 꿈은 발레리노다. 권투 글러브를 벗고 처음으로 춤을 추면서 빌리는 감춰져 있던 ‘자신의 끼’를 발견하고 묘한 흥분을 느낀다. 빌리의 재능을 알아본 윌킨슨 선생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빌리는 ‘발레리노의 꿈’을 꾸며 한시도 춤추는 것을 잊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빌리의 아버지는 ‘백조의 호수’ 공연장에서 수석 발레리노가 돼 백조로 힘차게 도약하는 빌리를 보며 눈시울을 붉힌다.

‘빌리 엘리어트’는 자신의 끼를 발견하고 꿈을 실현해가는 소년의 성장과정을 다룬 감동적인 영화다. 뮤지컬로도 큰 성공을 거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꿈과 끼’다. 요즘 우리 교육현장에서 꿈과 끼를 키워주는 창의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데에는 무엇보다 인재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모 대기업 CEO가 이미 10여년 전에 “지금은 한 명의 인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라고 한 말이 지금까지 공감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특허청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발명교육에 힘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발명에 끼가 있는 학생을 발굴하고 끼를 발산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런 발명인재들이 커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쁨이다. 학생발명전시회 수상이 계기가 돼 자신에게 ‘발명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된 한 박사과정생은 소질을 꾸준히 계발해 지금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이 학생은 석박사과정 동안 100건이 넘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수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인 발명기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1996년 학생발명전시회 대통령상 수상자로 “아이디어로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갖고 올해 1월 버즈빌 대표로 합류한 이관우 씨. 발명교실 출신으로 ‘휴대폰 착신 알림 장치’를 발명해 창업한 박승복 씨도 발명인재라 볼 수 있다.

필자는 오는 25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청소년 발명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발명기업인을 꿈꾸는 어린 친구들의 끼 넘치는 발명을 보고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울 생각이다. 다시 이 영화의 명장면이 떠오른다. “빌리,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니?” “(춤을 출 땐) 모든 걸 잊게 돼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 안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이고, 난 그저 한 마리 새가 돼요.”

김영민 <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