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80%에게만 지급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금액을 일률적으로 20만원으로 할지,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할지에 대한 결정은 미뤄진 상태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엊그제 이 같은 내용의 사회적 합의문을 공개하고 4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65세 이상 전원이 아닌 일정비율의 상위 소득자는 제외한다는 큰 원칙은 정해진 셈이다.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소득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주어지는 보편적 복지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재정 낭비다. 도움이 필요없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세금을 쓰는 것은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쓸 재원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복지는 국가 지원 없이는 기초생활 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선공약에서 후퇴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 모양이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공약은 가능한 한 최대한 지켜지는 게 옳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단지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2017년까지 60조3000억원이 소요되고 2060년에는 올해 예산보다도 많은 387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상 시행 불가능한 공약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부진에 경제민주화 바람까지 겹쳐 연말까지 20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약 실천은 고사하고 재정 펑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차제에 기초연금뿐 아니라 다른 대선 공약들도 일제히 점검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은 과감하게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괜히 시간만 끈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기초연금 역시 굳이 정기국회를 기다릴 게 아니라 가급적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