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내 안전평가 착수…2008년 이후 5년만
아시아나 사고 원인 결과에 따라 1위 수성 장담 못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의 착륙사고로 정부가 또다른 고민에 빠졌다.

각국의 항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세계적인 척도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안전평가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ICAO 안전평가에서 191개 회원국 가운데 종합 평점 98.89점을 얻어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최고 항공안전국'으로 불리는 1위 자리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6년만에 한 번씩 하던 ICAO의 평가는 올해부터 상시 평가로 전환돼 현재 191개 회원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토부·국방부·소방방재청·항공기상청·해양경찰청·한국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6개 기관이 지난해 3월부터 '범정부 합동대책반'을 꾸려 1년 이상 평가에 대비해왔다.

평가에는 항공법령·운항·정비·공항·항공기상·수색구조·사고조사 등 1천16개 항목이 조사대상이다.

이 가운데 국적기의 사고와 사망자수는 특히 비중 있게 보는 항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민감한 때에 사고가 난 것을 놓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ICAO 평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ICAO의 평가 결과가 각국 항공 분야의 국제 신인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평가에서 낮은 안전등급을 받게 되면 해당국 항공사와 공항 등은 국제사회에서 운항 정지나 노선 확장·코드셰어(노선 공동운영) 제한, 보험료 인상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항공안전평가와 관련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00년 ICAO 안전평가에서 운항·항공종사자 자격 증명 및 관리의 부실, 정비·사고·면허관리 체계 미비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지적된 것이 발단이 돼 2001년에는 미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낙후국 수준인 '2등급' 판정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ICAO는 올해부터 안전평가를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해당 국가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온라인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현장 실사단을 보내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실사단이 파견된다는 자체만으로도 항공안전에 의혹이 제기될만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국적 여객기 사고가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 이후 16년만인데다 이번 아시아나기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 과실 부분이 부각되면서 내심 긴장하고 있다.

기체결함이나 관제 실수가 아니라 조종사 교육이나 운항 미숙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면 평가에도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사고원인을 둘러싼 미국과의 블랙박스 등 공동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 항공 전문가는 "여객기 사고는 사망자가 많든 적든 간에 큰 사안"이라며 "사고 책임 소재에 따라 이번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나기 사고로 ICAO 실사단이 국내에 파견될 수도 있지만 당장 평가 결과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고 항공안전국 자리를 놓치지 않고자 오랫동안 관련 시스템을 갖춰온 만큼 이번 평가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