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 현장조사 결과에 韓측 이의제기 모양새…최종결론까진 1년 걸려
"조종 과실로 몰아간다" 논란 속 NTSB 현장조사 일단락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기에 대한 지금까지 조사결과 오토스로틀(자동출력조절장치) 등 주요 시스템에 기계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는 "오토스로틀의 정상 작동 여부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다른 기록장치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했다.

자동속도조절 기능을 하는 오토스로틀의 정상 작동 여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푸는 핵심 열쇠로, 오토스로틀이 정상 작동했다고 결론이날 경우 조종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날 국토부의 발표는 미국 당국의 발표가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상황에서 미국 측의 성급한 결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NTSB는 또 조종사들은 충돌 9초 전이 돼서야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며, 충돌 3초 전과 1.5초 전에 복행(go around)을 외치는 등 급하게 기수를 돌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NTSB는 이날로 현장 조사를 마무리했으며 현장에서 조사한 내용 등을 토대로 최종 결론이 나오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NTSB "자동비행 장치들 비정상은 없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이날 지금까지 분석 결과 오토스로틀 등 자동비행 장치들이 비행 중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검토된 FDR 자료상 자동항법장치(autopilot), 비행지시기(flight director), 오토스로틀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토스로틀은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맞춰놓으면 비행기가 엔진 출력을 조절해 일정 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조종사들은 충돌 34초 전인 고도 500피트(150m)에서 오토스로틀 속도를 137노트(시속 254㎞)로 설정하고 오토스로틀이 작동하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고 속도가 떨어졌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허스먼 위원장이 핵심 쟁점인 기기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즉각 반박했다.

장만희 국토부 운항정책과장은 브리핑에서 "발표 내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면서 "오토스로틀이 정상 작동했는지를 확인하려면FDR와 다른 기록장치를 비교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NTSB가 조종실의 상명하복 문화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조종실 대화 내용을 파악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승무원 관리 노력을 많이 했고, 옛날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브리핑에 나선 문길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무국장은 NTSB가 조종사 과실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과실에 무게를 두는 건 아니고 사실만 얘기한 것 같다"고 답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또 충돌 34초 전에 이강국 기장이 불빛을 봤지만 재빨리 시선을 돌렸고, 계기판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충돌 직후 기체 외부에서 난 화재는 뜨거워진 엔진에서 연료 등 인화성 물질에 불이 붙어서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허스먼 위원장은 현지 구급차와 소방차가 늑장 출동했다는 탑승객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확인할 사항은 산더미"라며 답하지 않았다.

◇ 조종사들, 착륙 9초전에야 속도 비정상 알아채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고도 500 피트(152m)부터 고도 100 피트(30m) 전까지 조종실에 앉아 있던 조종사 3명 중 아무도 비행 속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조종사들이 충돌 9초전이 돼서야 비행기의 착륙 속도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고도 500 피트 시점 이전에 조종사들 중 한 명이 '하강 속도'(sink rate), 즉 고도가 낮아지는 속도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밝혔으나 더 이상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사고 항공기가 고도 500 피트에 있었던 시점은 충돌 34초 전께다.

NTSB 조사 내용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충돌 3초 전과 충돌 1.5초 전에 정상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리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CVR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두 차례에 걸쳐 충돌 3초 전 누군가가 '복행'을 외쳤고 1.5초 전에도 '복행'이라는 고함이 들렸다고 허스먼 위원장은 밝혔다.

이는 조종사들이 충돌 직전에야 잘못된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수를 올리려던 것으로 풀이된다.

◇ NTSB 현장 조사 마무리…최종 결론까진 1년 이상 걸려
NTSB는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날 마지막 현장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허스먼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요원은 워싱턴DC 본부로 복귀하기로 했으며, 본부에서는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블랙박스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현지 브리핑도 더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TSB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확정된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 조사를 위해 사고 당시 그대로 놔뒀던 항공기 잔해도 전날부터 치우기 시작했으며 사고가 난 활주로 조사도 끝내고 원상복구 작업에 착수했다고 NTSB는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훈 특파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