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5명 사망…"군 도로차단으로 환자 이송 난관"
'군 아닌 민간인 복장 무장괴한이 실탄 발사' 진술도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이 뛰기 시작하고 쓰러지는 것을 봤습니다."

현장에 있던 알샤이마 유니스씨는 8일 AP통신과 한 전화통화에서 "군경이 새벽 기도를 하는 시위대를 겨냥해 실탄과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목격자들은 8일 새벽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본부 앞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겨냥한 군부의 발포 현장을 '아비규환'으로 묘사했다.

이집트 보건당국과 무슬림형제단에 따르면 이날 발포로 최소 42명이 숨지고 500명 넘게 부상했다.

사망자 중에는 다수의 여성은 물론 어린이 5명도 포함됐으며 생후 6개월된 아기도 총탄에 희생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웹사이트에서 이집트군이 새벽 기도 중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으며 일부는 머리와 목, 가슴에 총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무르시 지지 세력의 거점인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마케쉬프트 병원으로 옮겨졌다.

알자지라 화면에는 병원 바닥에 이집트 국기와 담요에 덮인 시신 5구가 놓여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바닥 곳곳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고, 피를 흘린 환자들이 얼굴과 복부, 팔, 다리 등에 붕대를 감고 치료받는 장면도 계속해서 방영됐다.

부상자만 수백 명이 발생한 가운데 군이 장갑차로 인근 도로를 차단해 부상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군부가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는 등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기도 했다.

이집트군 대변인은 "테러리스트가 공화국수비대 본부를 습격했다"고 반박하며 건물 위에서 무장괴한의 총격으로 군인 1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실제 집에서 발포 현장을 지켜봤다는 카이로 주민 미르나 엘헬바위씨는 블룸버그 통신에 군인이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자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새총을 쏘며 충돌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모스크(이슬람 사원) 지붕에 올라 새총을 쏘기 시작했으며 약 3시간 동안 양측의 충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를 포함한 다수의 목격자를 인용해 군은 최루탄과 경고탄만 발사했으며 민간인 복장의 무장괴한이 실탄 사격을 했다고 전했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