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 '카니 효과'
지난주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영국 경제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 이어졌다.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5로 2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은 1.2%(연율)로 확정 발표됐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인 0.8%를 넘어설 기세다. 영국의 지난달 평균 집값도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때마침 지난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마크 카니가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사진)로 취임했다. ‘카니 효과’라는 표현이 영국 언론에서 나오는 이유다.

카니 총재는 지난주 경제 외적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첫날인 지난 1일, 아침 6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BOE 근처 역에서 길을 잃었다. 수수한 중앙은행 총재의 모습에 영국인의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취임 둘째 날에는 조만간 발행 예정인 새 파운드화에 여성 얼굴이 없다고 항의 시위를 하던 시위대에 “화폐 디자인을 재검토하겠다”며 “직접 시위대와 만나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열린 자세’라며 치켜세웠다. 배우 조지 클루니를 닮은 외모도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英 경제 '카니 효과'
경제 정책도 과감하다. 지난 4일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보조를 맞춰 과감히 연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채권 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즉각 화답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지난주에만 6%가 뛰었고, 파운드화는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1달러50센트 선으로 떨어졌다.

비키 레드우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수출 기업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카니에게는 아주 성공적인 한 주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카니 총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임금 수준은 2007년 대비 여전히 9% 이상 낮다. 소비를 촉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13.5%로 세계 평균 24%에 한참 못 미친다.

이코노미스트는 “카니가 진짜 성공하려면 기업이 신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채권 매입을 지속해 금리를 낮추고 기업 대출을 늘려 고질적인 신용 경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