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이륙시간 오전 8시45분, 현재시간 낮 12시30분. 이미 돌아왔어야 할 시간이다. 오후 1시가 넘으면 비행기의 연료는 바닥난다. 오후 3시30분, 연합군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어린왕자 행방불명.’ 1944년 7월31일 그렇게 사라진 작가이자 조종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기체는 그로부터 54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그가 사랑했던 여인 콘수엘로의 이름이 새겨진 팔찌와 함께.

생텍쥐페리는 113년 전 오늘(1900년 6월29일) 프랑스 리옹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12세 때 처음 비행기를 타보고는 조종사의 꿈을 품었다. 해군사관학교에 응시했으나 낙방,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1921년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면허를 땄고 제대 후 항공사에 취직해 서아프리카와 프랑스를 오가는 우편기를 조종했다. 1926년 단편 ‘비행시’를 발표한 그는 우편기 조종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남방우편’(1929) ‘야간비행’(1931)을 내놓으며 스타 작가가 됐다.

세계 2차대전이 터진 1939년 프랑스 육군 정찰기 조종사로 복귀했으나 이듬해 프랑스가 독일에 함락되자 미국으로 탈출했다. 뉴욕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던 그에게 한 출판사 관계자가 다가왔다. “그 냅킨에 그린 아이 그림으로 책을 내보지 않겠소.”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 팔린 동화책 ‘어린 왕자’(1943)는 그렇게 탄생했다.

1943년 연합군에 다시 합류한 생텍쥐페리. 이듬해 7월 정찰 비행을 위해 지중해의 코르시카 기지를 날아오른 뒤 소식이 끊겼다. 어디론가 날아가 지상과의 교신이 끊어진다는 내용의 작품 ‘야간비행’ 스토리 그대로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