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추진 과정에서 사안별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경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장 우선순위로 삼은 과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하도급 거래, 가맹거래에서의 불공정 관행 척결이다.

이들 분야의 불공정 관행은 경제적 약자인 '을'의 시장참여 기회를 막고 경쟁 여건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게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제한하는 하도급법 개정안, 점주의 권익보호를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중이다.

이어 추진할 경제민주화 사안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6월 국회에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막 시작했다.

집단소송제와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법리 문제와 부작용 방지장치를 충분히 검토 후에 추진할 계획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이슈화된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관행은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문제가 되는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해 원인을 진단하고 이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단계적 추진방안은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가 경제회복 노력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면서 기업 경영환경 개선과 투자심리 회복에 주력한다는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일맥상통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관세청장을 불러모아 법 집행과정에서 기업의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 추진과 관련해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과도하게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의 주무부서인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추진한다면서도 추진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불공정 행태나 기득권 남용을 시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여러번 강조해온 입장"이라며 "다만 우선순위 설정이 속도조절이나 의지 약화를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