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행방은 묘연…에콰도르 외무 "스노든이 정치 망명 신청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서 홍콩에 은신했다가 러시아로 출국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을 태운 여객기가 23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

스노든은 그러나 여객 터미널 출국장으로 나오지 않고 공항 트랩에서 곧바로 모처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스노든이 외국 공관 차량을 이용해 공항을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항 관계자는 그가 공항 내에서 갈아 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스노든이 에콰도르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파티노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전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 모스크바 공항 도착…이후 행방 묘연 = 모스크바 셰례메티예보 국제공항 관계자는 스노든이 탄 아에로플로트 SU213 여객기가 이날 오후 5시5분(현지시간) 공항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여객기가 내린 셰레메티예보 공항 F 터미널 청사에는 러시아와 외국 언론사 기자 수십명이 몰려들어 스노든을 기다렸지만 그는 청사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리아노브스티 통신은 스노든과 같은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을 인용해 스노든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외교관 번호를 단 차량이 그를 태우고 떠났다고 전했다.

외교관 차량은 베네수엘라 대사관이나 에콰도르 대사관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스노든이 러시아 당국의 협조를 얻어 한동안 모스크바의 베네수엘라나 에콰도르 대사관에 머물다 쿠바로 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공항 관계자는 "스노든이 쿠바로 가는 여객기를 기다리기 위해 공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스노든이 러시아 비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교관 차량을 타고서도 공항을 벗어날 수 없다"며 "그가 F 터미널 안에서 환승 여객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스노든이 환승 구역 내에 있는 캡슐형 휴게실을 예약했다고 덧붙였다.

◇ "에콰도르로 정치 망명할 가능성" = 에콰도르 유력 일간지 '오이(Hoy)'는 "에콰도르 대사가 모스크바에서 스노든과 면담하고 있다"며 "에콰도르 대사관 주치의가 스노든을 검진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공항 내에는 에콰도르 대사관 번호판을 단 차량이 여러 대 눈에 띄었다.

당초 스노든은 모스크바에 도착해 셰레메티예보 공항 트랜짓 구역에서 몇 시간 동안 머물다 이튿날 새벽 쿠바행 여객기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쿠바를 거쳐 베네수엘라로 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에콰도르 대사관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스노든을 접촉한데 이어 베트남을 공식 방문 중인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에콰도르 정부가 스노든으로부터 망명 신청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스노든이 에콰도르로 망명할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스노든을 체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당국 관계자는 "러시아는 스노든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갖고 있지 않다"며 "그의 체포와 관련한 어떤 명령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당국은 홍콩과 러시아에 스노든의 미국 여권이 22일자로 무효가 됐다고 통보했다고 미국 ABC 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홍콩이 이같은 사실을 늦게 통보받아 스노든의 출국을 막지 못했다며 러시아 측엔 주러 미국 대사관을 통해 같은 사실이 통보됐다고 전했다.

(셰레메티예보 공항<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