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항공화물 부문의 실적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올초 북핵 리스크와 엔저, 저비용 항공사 부상 등의 영향으로 해외 여행객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화물 부문은 세계 경기 침체, 국내 수출품의 해외 생산 확대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경영진을 긴장시키고 있다.

희망퇴직 실시…경비 삭감…허리띠 졸라매는 대한항공

○사활 건 비용 절감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수시 감원체제에 돌입했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지난해까지 근속연수 15년, 만 40세 이상 직원이었지만 올해는 근속연수 12년 만 4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운항 승무원과 해외 근무자들은 제외한다.

대한항공은 인력 감축뿐만 아니라 비품 구매비 삭감 등 가능한 긴축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근 오후 작업 근무자에게 제공하던 빵과 우유 등 간식까지 중단했다. 전기세와 수도세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 근무부서에 한해 불필요한 야근과 잔업을 없앴고 비품 구매대금 한도도 줄였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제로 베이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체질을 개선하고 몸집을 가볍게 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항공 화물운송 부진

대한항공이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은 화물운송 부문의 실적 부진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1~3월)에 12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1분기 영업손실(989억원)보다 손실폭이 245억원 더 많다. 순손실은 300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적자(642억원)의 5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여객 부문도 부진했지만 화물운송 실적 악화가 직접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대한항공의 화물운송 부문 비중은 전체 항공운송 매출액(기타 부문 제외)의 30%대로 아시아나 항공(25%대) 등 다른 항공사보다 높아 타격이 컸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 1~5월 수출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지난해 37%에 육박했던 국내 화물시장 점유율도 올초 30%대로 낮아졌다.

항공기를 이용한 물동량 위축은 작년부터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화물 수출 물동량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5대 주요 항공화물인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광학기기 등 수출 물동량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선통신기기는 스마트폰의 탄탄한 성장에도 생산거점이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으로 이동해 수출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자동차 부품은 운송비가 저렴한 해상운송으로 물량이 이동했다.

대한항공은 자구책으로 유류비 점유율이 높은 화물노선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올 1~5월 화물기 운항 횟수를 전년보다 약 500회 줄였다. 앞으로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화물 부문을 점차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물동량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상하이~미국 애틀랜타 직항 화물노선 등 현지 직항편을 확대하고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