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조항은 형법에, 벌금형 병과(倂科) 규정은 특가법에
법원·검찰 '착오'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안져


수천만원대 벌금형 선고를 피해나간 공무원의 사례는 판·검사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지나치게 복잡한 특별법의 폐단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씨로부터 2천2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교육부 직원 양모(39)씨에 대한 검찰 구형과 1심 선고 형량은 징역 2년에 추징금 2천200만으로 같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과 광주지법 순천지원 모두 뇌물수수죄에 벌금형을 함께 선고(병과·倂科)하도록 한 조항을 간과한 탓에 양씨는 징역형 외에 추가로 받아야 할 벌금형을 면할 수 있었다.

다행히 광주지법 항소부는 이를 바로잡아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2천200만원을 선고하고 벌금 5천만원은 선고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를 감안,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불이익 변경 금지란 피고인만 항소했을 경우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1심에서 구형과 같은 형량이 선고돼 항소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양씨만 법원과 검찰의 착오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뜻밖의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법원과 검찰은 모두 착오를 인정했지만 거둬들여야 할 벌금을 거둬들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 업무와 관련해서는 국가 배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률을 다루는 법조인에게 있을 수 없는 실수라는 비난이 마땅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특별법의 폐해를 들먹이며 이들을 위한 변명도 나오고 있다.

벌금형 병과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뇌물죄의 가중처벌 규정을 명시한 특가법 2조는 형법상 수뢰·사전수뢰, 제삼자 뇌물제공, 알선수뢰죄를 저지른 사람은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했다.

공무원 뇌물범죄를 엄벌하는 취지로 2010년 3월 신설됐다.

형법상 범죄인에게 적용되는 사례가 훨씬 많은데도 관련 규정은 특가법에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1심 판사와 검사가 벌금형 병과 규정을 간과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수뢰액이 3천만원에 못 미쳐 형법상 뇌물수수죄 적용 대상이므로 판·검사 모두 특가법의 병과 규정을 놓쳤을 개연성이 크다.

법원 안팎에서는 기본법보다 상대적으로 손대기 쉬운 특별법의 변동이 많아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형사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룬다면 놓치지 않겠지만 오랜 기간 민사재판을 하거나 형사재판을 처음 맡는 경우 특별법 조항 검토를 빠뜨리기 십상"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정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