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대 3개층까지 수직증축(층수 올리기)을 허용하는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건축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전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 문제를 이유로 지난 2년간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해온 정부가 최근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입장을 바꿔 이를 허용하겠다고 하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실제 공사를 하기 전에 두 차례의 안전진단과 설계검토 등 예전보다 강화된 규정을 주택법 개정안에 넣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규정 부실' 논란

○안전문제 우려했던 정부…대책은 불안

전문가들은 “사업 착수 전에 이뤄진 검증 행위로만 안전성이 보장될 수는 없다”며 “실제 공사 단계에서 치밀한 구조 보강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에 따르면 15층 이상 아파트는 최대 3개층까지, 14층 이하 아파트는 최대 2개층까지 위로 얹어 리모델링할 수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 공사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사업 추진 단계에서 각각 두 차례에 걸친 안전진단과 설계검토 등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시공 과정에서 공사 감리자는 건축물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설계변경 등에 대해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받도록 했고, 건축 당시의 구조도면이 없는 아파트는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흡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1년 말 건설업계와 신도시 일부 주민들이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보강공사 등의 정밀 시공에 한계가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면 안전 대책을 더욱 치밀하게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정란 단국대 부설 리모델링연구소장은 “건축공학적으로는 수직증축이 안전에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건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치밀한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 구조보강 기준 마련 시급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많은 경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는 200만가구를 단기간에 건설한 탓에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을 튼튼하게 보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건축학회는 △1개층 증축 시 건물 기초 특수강관 파일 설치 △2개층을 높일 경우 건물 기초에 특수강관 파일 전체 설치 △3개층 증축 시 기초의 단면 전체 보강, 저층부 기둥 철판 설치 등을 통해 리모델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내진 설계를 위해 가로벽을 설치하고 지진 완충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모델링할 때 아파트 하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 벽체 및 마감재를 경량화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김원행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주택안전기술원장은 “1기 신도시는 건설 당시 자재 파동으로 외국산 철근을 사용하는 등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며 “리모델링을 할 때 건물 몸체를 더욱 튼튼하게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건설업체 간 수주경쟁 과열에 따른 저가·부실공사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력이 취약한 건설사들이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부실시공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 안전기준이 잘 마련되면 오히려 리모델링 안전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최재윤 미담건축설계사무소장은 “벽체보강과 내진설계 등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 할수도 있다”며 “다양한 안전 기준을 마련해 논란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김보형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