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대체 언제까지…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8일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사용된 신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돔)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신고리원전 1호기(왼쪽 돔)는 불량 부품 사용을 이유로 이미 지난달 8일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경DB
< 도대체 언제까지…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8일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사용된 신고리원전 2호기(오른쪽 돔)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신고리원전 1호기(왼쪽 돔)는 불량 부품 사용을 이유로 이미 지난달 8일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경DB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네 기에 안전 기준에 못 미치는 불량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원전에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원전 부품인증서 위조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국내 원전의 신뢰성과 안전성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불량 부품 설치

[원전 총체적 부실] 또 불량부품·서류조작 악취…시험기관 등 '조직적 비리' 가능성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부산 기장군 신고리 1·2호기와 경북 경주시 신월성 1·2호기에 안전시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어케이블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제어케이블이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의 냉각과 방사선 차단 등을 위해 안전 설비에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장치다. 제어케이블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핵연료나 방사능 누출 등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제보에 따라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우선 조사한 결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을 발견했다”며 “원본 시험성적서를 분석해 보니 해당 부품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가동을 중지하고 제어케이블을 교체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4월8일부터 예방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와 정비를 마치고 운영허가 심사단계인 신월성 2호기에 대해서도 해당 부품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조직적 비리 의혹 커

이번 불량 케이블 설치 사건은 한수원에 케이블을 공급하는 A사와 케이블 검사를 맡은 B시험기관이 조직적으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수원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국내 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를 첨부해야 한다. 시험성적서는 한국전력기술의 감수를 거쳐 한수원이 검토한다.

원자력안전위가 지금까지 밝혀낸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사의 의뢰를 받은 B시험기관은 제어케이블 시험 일부를 해외 기관에 의뢰했다. 하지만 해외 시험기관에서 해당 제품이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자 B시험기관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 A사는 이 같은 불량 케이블을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에 납품한 대가로 한수원에서 6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시험성적서를 감수한 한국전력기술과 한수원 관계자도 위조 사실 은폐에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29일 검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신고리 3·4호기도 문제

문제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에도 불량 케이블이 설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안전위는 지난달 26일 원자력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원자력안전위는 신고리 3·4호기의 시험 조건을 위조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지금까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신고리 3·4호기 시험 결과는 현재까지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왔다”며 “조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건설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견되면 올 12월과 내년 9월 각각 완공 예정이던 신고리 3·4호기 건설이 지연될 수도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현재 주민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경남 밀양시 송전망에 연결되는 발전소이기도 하다. 불량 부품 설치 논란은 밀양 송전망 건설 갈등 해결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긴급 브리핑을 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원자력안전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납품 비리가 암처럼 업계에 퍼져 있다는 증거”라며 “모든 원전을 샅샅이 다 뒤지지는 못해도 최소한 표본조사라도 해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