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이 슈퍼요트 25% 증가…4천600척 추정
정박시설 부족 홍콩이 가장 심각…부의 양극화 단면

"호화요트(슈퍼요트)를 소유한 고액자산가(슈퍼리치)들이 요트 정박지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호화요트의 수는 급증했지만, 정박시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슈퍼요트는 통상 길이가 30m가 넘는 요트를 말하며, 가격은 한 척당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슈퍼요트를 소유한 슈퍼 리치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트 정박 장소는 지중해, 카리브 해와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도시다.

하지만, 이들 지역 요트 정박시설 사용료가 최근 들어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 앙티브를 예로 들면, 60m 길이의 슈퍼요트의 하루 정박료가 2천600달러(약 280만 원), 한 달 정박료가 7만8천100달러(약 8천700만 원)에 달한다.

국제공인기관인 영국의 로이드 레지스터(Lloyds Register)사에 따르면 이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들은 슈퍼요트 정박시설을 16년간 장기 임대하려면 600만달러(약 67억 원)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앙티브의 한 요트 관리회사 관계자는 "성수기에 요트 정박시설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요트는 점점 늘어나고 커지고 있는데 정박시설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트 정박시설 부족 현상은 최근 5년새 전 세계의 슈퍼요트 수가 25% 증가해 약 4천600 척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영국의 자문회사인 마리나 프로젝트에 따르면 선주에게 새로 인도되는 슈퍼요트가 연평균 200척에 이른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와 슈퍼요트 정박시설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정박시설은 정체상태에 있다.

슈퍼요트 소유주들이 선호하는 지중해는 슈퍼요트 정박시설이 3천 척을 계류시킬 정도가 되지만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마리나 프로젝트 측은 밝혔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슈퍼요트용 정박시설 부족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홍콩이다.

홍콩은 국제 금융중심지로 고액자산가들이 많은데다 중국 본토의 부자들도 몰려들고 있어 슈퍼요트 수요가 급증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1년 홍콩의 슈퍼요트 수는 2007년에 비해 40%가량 늘어난 675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슈퍼요트 소유자들이 선호하는 다른 정박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박시설을 만드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993년에 문을 연 골드코스트 마리나가 홍콩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이 허가된 슈퍼요트용 정박시설이다.

홍콩의 요트 중계업자인 레오 웡씨는 "홍콩 정부는 부자들을 돕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골드 코스트 마리나 정박시설을 이용하려고 대기하는 기간만 최소 2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홍콩에서 슈퍼요트를 위한 정박시설이 부족하자 2007년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로 알려진 폴 알렌의 옥토퍼스(Octopus)호가 홍콩을 방문할 때는 요트용 정박시설이 아니라 상업용 정박시설에 요트를 계류해야만 했다.

폴 알렌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제불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슈퍼요트를 소유한 부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