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높은 수익 상품을 소개하는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업무에 치중하다보면 자칫 고객 신뢰를 한번에 잃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대화로 고객 눈높이에 맞는 자산관리 전략을 조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사진)이 올해 초 홍콩 출장을 다녀온 뒤 하나금융그룹 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주요 내용이다. 스위스계 자산운용 명가(名家) 픽텟(Pictet) 경영진을 면담한 뒤 느낀 점을 A4 용지 4장 분량으로 꼼꼼하게 정리했다.

임 사장은 23일 한국경제신문 금요 경영섹션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도 “5년 연속 톱클래스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확률은 2분의 1을 다섯 번 곱한 확률(3.125%)에 불과하다”며 “반면 한번이라도 큰 손실을 낼 경우 고객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종합자산관리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로커리지를 지양하고 종합자산관리 중심으로 증권사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게 임 사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경영 비전이었다.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 임 사장의 경영 구상은 1년 전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증권업을 둘러싼 시장이 이미 바뀌고 있다”며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5년 만에 증권가로 복귀했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권업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하나대투증권의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말씀해주시죠.

(임 사장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하나증권 사장을 지낸 뒤 하나금융지주 기업금융부문 부회장으로 옮겼다가, 지난해 6월 하나대투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웃으며) 크게 바뀐 것은 없는데 증권사 수만 늘어난 것 같습니다. 다른 모든 증권사도 마찬가지지만 하나대투증권의 최대 약점은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 구조입니다. 하나대투증권 영업 직원의 3분의 2가 브로커리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입니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이미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기관투자가화되고 있고, 외국인 비중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거래패턴이 트레이딩 위주에서 자산관리로 회전율이 떨어지고 있고 증권 거래가 온라인화, 모바일화됨에 따라 수수료율도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시장 환경이 호전되더라도 과거처럼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게 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증권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위기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종합자산관리회사로 거듭나자는 경영 비전이 나온 배경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취임 후 1년간 종합자산관리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체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과거 증권회사는 높은 수익률이 지상 과제였지만, 지금은 수익률보다는 고객에게 안정적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Know Your Customer’를 강조했습니다. 고객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고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뒤 고객에 맞는 적절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종합자산관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부문을 중점적으로 노력했습니까.


“향후 자산관리영업 성패는 첫째, 자질과 능력이 우수한 PB 전문 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사내 영업 우수직원 중 50명을 우선 선발해 8주간 VIP PB 전문가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PB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세무, 부동산, 파생상품 등에 관해 정기 연수, 세미나 프로그램을 진행해 전문 지식과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상품 경쟁력입니다. 최고의 상품(best product)을 가장 좋은 가격(best price)에 적시에 제공(best timing)한다는 ‘3B 모토’로 경쟁력있고 독창적인 금융 상품을 계속 출시해 나갈 계획입니다.”

▶취임 일성으로 하나대투증권만의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겠다고 했습니다.

“하나대투증권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금융그룹의 폭넓은 고객 기반과 다양한 판매 채널입니다. 또 그룹 내 여러 채널을 활용해 금융상품, 세무, 부동산, 보험, 기업공개(IPO)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어드바이저리(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PB와 IB를 접목한 PIB(프라이빗 인베스트먼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개인별 맞춤 서비스뿐 아니라 가계(패밀리) 단위의 자산, 부동산, 세무 관리 등을 도와주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가업 승계, 자선 사업 등 비(非)재무적 분야까지 지원하는 선진 모델입니다.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 자산관리 부문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통한 건강한 자산관리 영업도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경영 전략입니다.”

▶PIB(PB+IB)는 국내 증권가에서 다소 생소한 모델입니다. 사례를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작년에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그룹 WM센터에서 우량 중소기업 고객을 발굴해 IB 부문에 소개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1월에 해당 기업에 대한 IPO 자문 서비스를 통해 상장을 성공시켰습니다. WM센터는 IPO를 통해 유입된 자산을 유치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건의 기업 퇴직연금 유치 사례도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입니다. 금융상품에도 PIB 모델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초 기관투자가들과 PB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하나 GTAA 인덱스 연계 DLS’가 대표적입니다. 다른 DLS와 달리 수익률의 잣대인 인덱스(하나 GTAA)를 국내 증권사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상품입니다. PB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IB 전문가들이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PB 고객들에게 팔았습니다. 향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PIB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 PB 채널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하나대투증권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 실적 목표와 대비해 현재 상황은 어떤지 중간 점검 결과는 어떤가요.

“올해 1분기 실적은 증권 관련 수수료 증가, 개인고객 자산 증가, 다양한 상품 수익, 점포 통합 등 경영 효율화에 힘입어 순이익 446억원을 거뒀습니다. 올해 연간으로 개인고객 자산을 전년 대비 2조~3조원 증가시켜 전년 대비 15~2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만 시장 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올해 연간 실적이 크게 호전되기는 어렵습니다. 취임 후 단기 경영목표 달성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한 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경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융권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도 더 관심을 갖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중산층과 부자, 은퇴를 앞둔 장년층들은 자산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고객들에게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부담할 수 있는 리스크(위험)의 정도를 설정해 적절하게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나대투증권에서 매주 출시하고 있는 턴어라운드형 ELS 상품이 이런 유형의 상품입니다. 손실 한도를 5%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신, 이익은 상승폭을 제한하지 않고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독창적인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기엔 부담스럽고 은행에 저금하기엔 손해를 보는 것 같아 고민하고 있는 고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