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이러면 안됩니다" 美軍 전입장병 문화교육
"여러분들은 한국에서 '전사(Warrior)'가 되어야지 '사고뭉치(Trouble maker)'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21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미2사단 캠프 호비 전사준비센터에서 흥미로운 교육이 장병의 눈길을 모았다.

바로 미2사단이 경기도북부청의 도움으로 마련한 문화인지 통합교육이다.
"한국서 이러면 안됩니다" 美軍 전입장병 문화교육
문화교육은 한국계 주한미군 훈리 로젠베리 하사, 카투사 유하림 일병, 박종원 일병이 전입 장병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교육팀은 엄격한 심사로 선발돼 지난 3개월 동안 프리젠테이션 100회를 훈련하며 이날 브리핑을 준비했다.

교육생 자리에 앉은 19~25세의 장병은 일주일 전에 인천으로 입국한 미군들이다.

직무 배치를 앞두고 한국 적응기간을 보내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그동안 전입 장병에 한국을 간단히 소개했으나 지난 3월 미군 범죄가 잇따라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한국의 역사·문화로 시작했다.

만주까지 영향을 떨쳤던 고대사부터 한국전쟁으로 분단된 현대사까지 로젠베리 하사, 유 일병, 박 일병은 완벽히 호흡을 맞춰가며 설명했다.

프리젠테이션에는 영토 넓이와 인구 뿐만 아니라 황사와 같은 기후까지 포함됐다.

이들은 미군 장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남한의 크기를 미국 인디애나 주와 비교했다.

남한은 인디애나 주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인구는 7배가량 많다는 비교 설명에 전입 장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한의 규모를 가늠했다.

이어 '미군 주의사항(Do's and Don'ts)'이 시작하자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로젠베리 하사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2011년 동두천 성폭행 사건, 2012년 평택 민간인 수갑 사건, 2013년 서울 도심 총기 난동 사건, 지하철 1호선 성추행 사건 등을 가감없이 설명했다.

미군범죄와 미군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번갈아 브리핑하며 헌신적인 군인이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주었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로젠베리 하사는 "이번 문화교육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동시에 설명해야 한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주한미군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한국에 손님(Guest)으로 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예방 교육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공중도덕 프리젠테이션으로 이어졌다.

교육팀은 공공장소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어서는 안 되며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한국인이 이름이나 고향, 가족사항 등 개인정보를 묻고 사라져도 영어를 연습하려는 시도이니 오해하면 안 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유 일병은 "문화 차이로 오해가 생기면 시비로 번져 본의 아니게 사건으로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음주에 대해서는 매우 세세하게 프리젠테이션했다.

점심 초대에 술을 마시는 것은 한국에서 익숙한 일이니 당황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잔을 절대 스스로 채우지 말고 기다리며 상대의 잔이 비어 있다면 반드시 두 손으로 술잔을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화교육을 들은 애슬로 러브 상병은 "이곳에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뿐이었다"며 "깊이 있는 교육 덕분에 문화 차이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2사단에서 전입장병 교육을 담당하는 에릭 워커 중령은 "미군은 10년 전부터 독일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현지 문화교육을 진행했다"며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 한 만큼 문화교육으로 전입장병이 높은 수준의 한국 문화까지 이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입장병은 문화교육 4시간 코스를 마친 뒤 공동경비구역(JSA), 63빌딩, 미2사단 박물관 등 현장 투어를 실시한다.

(동두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andphoto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