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국 국채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미 국채 금리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들 ETF는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거꾸로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몇 달 뒤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정책의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동양증권은 올해 초부터 장기 미 국채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프로쉐어즈 울트라숏 바클레이즈 20+미 국채(TBT)’ ETF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ETF는 만기 20년 이상인 미 채권 가격을 나타내는 ‘바클레이즈 20+ 미 국채 지수’에 반대 방향으로 2배 레버리지를 줘서 추종한다.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등락 정도가 심한 장기채 관련 지수에 레버리지까지 첨가해 변동성을 극대화한 ETF다. 현재 누적 판매량은 8억원 정도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 Fed가 양적 완화를 종료하면 장기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발 빠른 개인 투자자는 관련 ETF에 투자하고 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과장은 “연초 이후 미 국채 금리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TBT 등 관련 ETF를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TBT보다 변동성이 심한 ‘다이렉션 20+ 미 국채 베어 3X(TMV)’ ETF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ETF는 과거 Fed가 세 차례 양적 완화 정책을 선언할 때마다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Fed가 출구전략을 찾으면 가격이 뛸 거라는 예상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Fed가 당분간 현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채권 금리가 쉽게 상승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서 2011년과 2012년 대부분의 채권 전문가는 그해 말 미 국채 금리가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사상 최저 금리를 경신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됐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