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에 대한 열망까지 강성 지도부와 외부 세력에 의해 정치투쟁의 볼모로 이용되고 있으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비정규직노조) 해고자로 지난 2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규직 생산직원으로 채용된 김모씨(35). 그는 13일 “노조 지도부가 200일 넘게 울산에서 공장 점거 등 생산시설 타격 투쟁을 벌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조합원들을 서울 상경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투쟁 장소를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서 서울 현대차 본사 앞으로 옮겨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장기 투쟁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은 물론 노조 간부들이 속속 조직에서 이탈하고 있다. 올해 초 울산지역 대의원 일부가 개별적으로 사퇴한 데 이어 2월 초에는 아산공장 대의원 11명 전원이 사퇴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초대 의장인 윤모씨가 집행부와의 갈등으로 사퇴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간부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전원 정규직화만 요구하다간 조직 자체가 고립되는 것은 물론 회사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2월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600명을 뽑는 신규채용에서 전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80%인 5394명이 지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지지입장을 보였던 현대차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 노조의 투쟁에 등을 돌렸다. 울산지방법원이 비정규직 출신 해고자 최병승 씨(37) 등 2명이 농성 중인 울산공장 철탑 일대를 불법시설로 간주, 1월부터 6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하기 시작한 것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조기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상반기까지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하고 우선 올해까지 1750명을 뽑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여전히 강성 투쟁만을 고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병승 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현실성 없는 ‘전원 정규직화’를 내세워 강성 투쟁에만 나서는 것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노조의 각종 불법행위로 인한 현대차의 생산손실은 2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