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카드 대출자 비중 되레 늘었다
카드사에서 연 20%가 넘는 금리를 부담하고 대출받은 사람의 비중이 1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카드사들은 작년 말부터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잇따라 선언했다. 이와 비교하면 카드사들은 ‘말 따로, 행동 따로’ 해온 셈이다. 연 20%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사람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금서비스는 NH농협카드, 카드론은 현대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이 연 20% 이상 부담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NH농협, 삼성, 하나SK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중 69.06%가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년 전인 작년 4월 말(66.85%)보다 2.2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연 20% 이상으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많은 회사는 NH농협카드(82.42%)였다. 이어서 △하나SK카드(77.28%) △삼성카드(73.90%) △신한카드(72.05%) 순이었다. KB국민, 하나SK, 롯데, 현대 등 4개 카드사에서 연 20% 이상으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1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KB국민카드는 이 비중이 작년 4월 말 53.12%에서 올 4월 말에는 62.14%로 9.02%포인트 뛰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에서 연 20% 이상 금리를 내는 소비자 비중도 1년 전에 비해 각각 5.48%포인트와 5.24%포인트 올라갔다.

카드론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론은 최단 3개월부터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받는 상품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에서 연 20% 이상으로 카드론을 쓰는 사람의 비중은 평균 33.84%로 전년 동기(26.6%)보다 7.24%포인트 상승했다.

연 20% 이상의 카드론을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카드사는 현대카드였다. 전체의 73.0%가 연 20% 이상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2위인 삼성카드(36.7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1년 전과 비교해 연 20% 이상 금리를 적용받는 사람 비중이 가장 높아진 곳은 하나SK카드(18.99%포인트 상승)였다. 이어서 △NH농협카드(16.19%포인트) △현대카드(11.02%포인트) △삼성카드(6.82%포인트) 순이었다.

◆7월부터 ‘금리인하 요구권’ 신설

고금리 대출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카드업계의 금리인하 방침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는 업계가 금리를 내리면서도 사용자가 적은 연 10% 미만대로 낮추거나 금리를 내리더라도 미미하게 낮추는 등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작년 말 리볼빙 현금서비스 최저금리를 연 7.89%에서 6.89%로 1%포인트 인하했지만, 서비스 이용자 중 10%도 안되는 구간에서 최저금리를 낮췄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카드도 지난 2월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를 연 28.5%에서 27.9%로 낮췄지만 실제 금리인하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카드론에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을 때 새로 바뀐 소득증명서나 재직증명서 등을 카드사에 제출하면 카드론 금리를 인하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부터는 카드사별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 시스템도 개선해 대출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