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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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에서도 일이 들어와요. 돈 한 푼 안 받고 했어요. 회장 아들이라 도움 받았다는 말 듣기 싫어서요."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34·사진)는 7일 이화여대 ECC에서 열린 '이화 MICE 잡페어' 강연에서 "광고쟁이 박서원이 아닌 박용만 회장 아들로 보는 게 부담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 5대 광고제를 석권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3년 연속 뉴욕 원쇼(One Show) 광고제 수상으로 주목받은 광고계의 총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경영수업 대신 대학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광고회사 빅앤트를 설립했다.

박 대표는 민머리, 민소매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으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재벌 아들이란 점이 어떤 영향을 줬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사람들이 재벌 2세란 선입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그러나 회사를 차리고 일하는 데 집안 도움은 전혀 안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라이언트는 화려한 수상 경력에 박용만 회장 아들이니 더 잘할 것이란 기대로 일을 맡긴다"며 "내가 일을 못하면 아버지까지 욕을 먹어 부담감이 가중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 대표는 두산그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했다. 광고 일을 좋아할 뿐 아니라 폭넓은 경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디자인 분야는 '을(乙)' 입장에서 받는 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경험의 폭이 굉장히 넓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갤럭시팀에 들어가면 그 업무만 계속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하루는 갤럭시, 다음날은 우유, 그 다음날은 소화제를 다룬다"며 웃었다.

최근엔 사회적 기업 '빅앤트 포굿'과 광고·디자인 분야 교육콘텐츠를 다루는 '빅앤트 아카데미'도 새로 설립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만나 일하면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이나 아쉬운 점을 많이 보고 겪었다"며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겨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제품화 하고, 그 수익으로 해당 문제를 개선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스스로 해낸 것도 있지만 좋은 부모님과 훌륭한 선생님, 함께 일하는 동료 등 약 70%는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받은 70%에 10%를 더해 80% 정도를 돌려주자는 게 내 신념"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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