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체가 45일 문닫고…中企엔 4년 폐업 맞먹는 '타격'
“과징금 규모가 매출의 10%라면 중소기업에는 직격탄입니다.”

김호성 한국중소화학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이 단 한 번의 실수로 회사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내몰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년 동안 문 닫으란 얘기”

실제 환노위 개정안을 몇몇 사업장에 적용해 보면 과징금 규모가 기업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지 알 수 있다. 지난 2일 불산 누출 사고가 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작년 매출은 22조원이다. 만약 화성사업장의 불산 누출이 ‘심각한’ 관리 소홀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개정안은 매출의 10%인 2조20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게 된다. 이 금액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영업이익(18조원)의 1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익으로만 따지면 삼성전자 전체 사업장이 약 45일 동안 문을 닫는 정도의 타격을 입는 셈이다.

사업장 수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은 더 심각하다. 부산에서 공장 한 곳을 운영하는 화학업체 A사는 지난해 매출 1259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0%(126억원)는 A사가 작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두 배에 해당한다. 2년여 동안 폐업하는 것과 비슷한 피해를 입게 된다. 또 경북 구미시에 합성섬유 공장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 B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은 2079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이었는데, 최대 과징금 처분(208억원)을 받으면 4년치 이익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판이다.

◆산업부 “1%가 적정”

행정법 전문가들은 현행 과징금 수준을 강화하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환노위 개정안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례의 원칙은 행정 목적과 이를 실현하는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징금은 영업정지로 인한 산업적 손실을 막는 대신 해당 기간에 발생하는 이익을 일정 부분 환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행정법규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의 개정안은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로 ‘매출의 1~3%’가 합당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매출의 1%’ 안을 마련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매출 대비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이었다. 매출의 1%만 부과해도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작지 않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지금까지 내린 최대 영업정지 처분 일수는 15일에 불과하다”며 “쓸데없이 기업들에 공포감을 안겨주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들도 검토보고서에서 매출의 1~3%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관련 부처가 모여 시행령을 만든다”며 “이 과정에서 세부 사항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김주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