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들려줄 서울시립교향악단.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들려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는 작곡가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이다. 세계적으로 이들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연주회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베르디 ‘편식’이 심하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4~5시간씩 공연되고 100명 이상의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해 오페라 ‘불모지’인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달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이 바그너 연주회를 각각 7일과 22일 연다. 한국의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들이 솔깃할 만한 공연이다. 서울시향은 바그너 연주회를 지난 1월25일 열기로 했지만 공연 시작 2시간을 앞두고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허리 통증으로 취소한 바 있다. 서울시향이 이달 재공연을 결정하면서 공교롭게도 국내를 대표하는 두 개의 관현악단이 바그너로 ‘정면 대결’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시향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의 가장 유명한 서곡인 ‘탄호이저 서곡’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 및 ‘사랑의 죽음’, 오페라 ‘반지’의 관현악 하이라이트를 들려줄 예정이다. 정 음악감독이 지휘를 맡는다.

‘탄호이저’는 바그너의 다섯 번째 오페라로 흔히 ‘바그너 입문용’으로 추천된다. 중세 독일의 기사이자 음유시인인 탄호이저의 이야기로 한때 이교의 여신 베누스의 동굴에서 육체적 쾌락에 탐닉한 죄로 동료들과 교황에게 버림받지만 지고지순한 연인 엘리자베트의 희생으로 신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되는 서곡은 이 같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들려준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중세 유럽의 연애담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전주곡은 관습의 장벽에 막혀 맺어질 수 없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한다. ‘사랑의 죽음’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졸데가 트리스탄의 주검을 앞에 두고 홀로 부르는 노래다.

‘반지’는 바그너 예술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으로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네 편으로 구성돼 있다. 나흘 밤에 걸쳐 공연되며 전체 연주 시간은 16시간에 이른다. 서울시향은 네덜란드 작곡가 헨크 데 블리거의 관현악 편곡판을 바탕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의 음악으로 청중과 만난다. 독일 지휘자 카이 뢰리히를 섭외했다. 탄호이저 서곡과 리엔치 서곡, 로엔그린 3막 전주곡 등을 들려준다. 하이라이트는 ‘반지’의 두 번째 작품인 ‘발퀴레’ 1막을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하는 것. 한국에서는 1997년 초연 이후 처음으로 연주되는 작품이다. 바그너 전문 소프라노 캐서린 네이글스태드와 테너 마르코 옌취, 베이스 하성훈이 출연한다. 객원 악장은 바그너 음악극축제인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 김민 서울바로크합주단 음악감독이 맡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