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올랑드 반성문' 외면하는 정치권
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그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 1년은 ‘반(反)기업·반부자’로 요약되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실험무대였다.올랑드는 부유세 추징과 기업들에 대한 감세혜택 축소, 금융소득세와 상속세 인상 등 ‘부자증세’에 올인했다.

그런 그의 1년 성적표는 참담하다.작년 4분기 성장률은 -0.3%에 그쳤다.올 1분기도 비슷할 것이란 분석이다. 3월 실업자 수는 322만명이었다.정권 출범 때보다 28만명 늘어나 사상 최대다.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경제살리기’는커녕 국가 신용등급 강등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낙제점도 이런 낙제점이 없다.

올랑드 좌파정책 1년 만에 포기

올랑드의 실패는 출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취임 직후 연소득 100만유로(약 14억5000만원) 이상 고액소득자에 대한 75% 소득세를 들고나왔다.말 그대로 징벌적 부유세다.이미 유럽 여러 나라에서 폐기한, 그야말로 실패한 정책이다.복지국가 모델인 스웨덴조차 6년 전에 폐기했다.전 국민의 2.5%(22만명)로부터 걷는 세금보다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이 더 많았다.한마디로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정책이란 판단에서였다.

스웨덴뿐만이 아니다.1990년대부터 아일랜드와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줄줄이 부유세를 폐지했다.부유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보다는 기업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는 게 효과가 훨씬 크다는 인식을 공유한 결과다.

이런 마당에 올랑드정부가 부유세를 들고나온 건 시대착오적이랄 수밖에.

지난해 해외 이민을 신청한 프랑스인은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오죽했으면 헌법재판소마저 부유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을까.올랑드의 좌파정책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취임 초 60%대에 달했던 지지율은 20%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올랑드정부는 민심이 등을 돌리자 반기업 정책을 대부분 포기했다.지난해 11월 법인세 감면안에 이어 최근 기업 감세정책을 내놨다.현재 40%인 자본투자에 대한 세금공제를 65%로 올리고, 8년 이상 기업을 운영하는 투자자에게 재산세 공제를 현행 40%에서 85%까지 늘리기로 했다.올랑드정부가 1년 만에 쓴 일종의 ‘반성문’이다.

아직도 부유세 집착하는 한국

경제상황이 프랑스와 크게 다를 게 없는 한국 사정은 어떤가.성장은 멈춰 있다.전망도 밝지 않다.엔저 공세에 기업 경쟁력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확실한 글로벌 1등 기업도 없다.기업은 높은 임금과 각종 규제를 피해 경쟁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된 지 오래다.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이런 한국의 현실에 대해 “지금 한국 경제는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상황이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기업들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제품 경쟁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정치권 눈치보기에 바쁘다.‘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치권의 기업과 기업인 옥죄기는 프랑스보다 몇 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기업활동을 범죄시하는 반기업 정서는 도(度)를 넘었다.투자심리 위축은 당연한 귀결이다.

발등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논의조차 기업 증세 카드와 맞바꾸는 현실 앞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구시대 유물인 부유세를 아직도 만지작거리는 게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다.올랑드정부의 전철을 밟겠다는 오기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재창 국제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