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규 이사장 "스마트폰에 뺏긴 자녀와의 소통 찾아줄 것"
1952년 우주소년 아톰 한정판, 1935년산 러시아 양모인형,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일본의 스모킹 로봇….

장난감 마니아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이들 희귀 장난감을 자신이 세운 완구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완구업체 ‘한립토이스’의 소재규 대표(64·사진)는 “지난 30여년간 세계 5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장난감에서 얻은 감동과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5일 말했다.

소 대표는 2007년 말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국내 처음으로 완구박물관 ‘한립토이뮤지엄’을 세운 완구업계 1세대로 현재 완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1950년대 부산에서 미군 전투식량 깡통으로 호루라기를 만들면서 완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십년간 외국 제품을 수집했지만 초창기 국내에서 만든 완구는 자료나 기록이 없다는 점에 늘 아쉬움을 느꼈다.

“1970년대 완구를 수출하고 견본 제품을 수집하러 미국 일본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완구박물관을 처음 봤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장난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박물관을 세웠지요.”

그렇게 2005년 11월에 첫 삽을 뜬 완구박물관 공사는 2년 뒤인 2007년 끝났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박물관을 짓는 데 50억원이 들었다. 지하 1층 ‘스토리랜드’에는 경찰서·소방서·빵집·학교·방송국 등 18개 시설을 실제 크기의 3분의 2로 축소해 장난감 마을을 구성했다. ‘아동발달실’에서는 매주 금요일 아동 발달 전문가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심리·정서 치유를 진행한다. 2, 3층에는 각국의 인형작가들이 시대별로 만든 봉제인형과 유명 만화·영화 캐릭터, 자동차 모형·전기 기차 등이 전시돼 있다. 주중엔 주로 어린이 단체 손님들이 박물관을 찾는다. 개그맨 신동엽 씨와 배우 송일국 씨, 윤인구 아나운서가 자녀를 데리고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는 “요새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에 빠져 또래와 놀 줄 모르고 부모와의 대화도 부족하다”며 “부모와 자녀가 같이 놀면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500여개에 달했던 완구업체들이 이제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우리 세대는 미국, 일본 제품을 모방해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손재주와 머리가 좋은 젊은이들이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대학에도 완구학과가 생겼는데 젊은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로 완구를 만들면 우리나라도 10년 후에 세계적인 완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