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켓 vs 코스트코 '10원 전쟁'…신라면값 4%·주스 9%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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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때 더 잘나가는 창고형 할인점 경쟁 격화
싸게 더 싸게…경쟁점 가격 매일 체크
롯데마트·이마트 '창고형' 점포 본격 확대
싸게 더 싸게…경쟁점 가격 매일 체크
롯데마트·이마트 '창고형' 점포 본격 확대
29일 오전 8시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영등포점. 개점 전이지만 직원들은 매장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기존 가격표를 떼고 새 가격표를 붙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농심 신라면(30개)엔 1만6790원 대신 1만6590원을, 에비앙 생수(1.5ℓ·12병)는 1만9740원이 아닌 1만9540원을 붙였다. 박기현 빅마켓 영등포점 부점장은 “버스 한 정거장 거리인 1㎞ 밖의 코스트코 양평점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계인 코스트코와 롯데마트(빅마켓) 이마트(트레이더스) 등 국내 업체 간에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10원 전쟁’의 현장이다.
◆경쟁사 가격 일일보고
창고형 할인점의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롯데마트가 빅마켓 영등포점과 도봉점을 연 지난 2월 말부터다. 빅마켓의 전략은 무조건 코스트코보다 싸게 판다는 것. 영등포점은 개장 첫날부터 신라면 바나나맛우유 등 인기 상품 가격을 코스트코 양평점보다 낮게 책정하며 공세를 취했다. 코스트코도 즉각 가격 인하로 맞받아치고 나왔다.
예컨대 빅마켓 영등포점은 지난 24일 울트라 주방세제 가격을 개당 7480원으로 낮췄다. 코스트코 양평점의 7490원보다 10원 싸게 공급하고 나선 것. 그러자 코스트코는 27일 7390원으로 역공을 취했고, 빅마켓은 29일 다시 10원 싼 7380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빅마켓 영등포점이 들어선 이후 코스트코 양평점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며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코스트코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매출 증가
업체 간 치고받기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다. 빅마켓 영등포점의 신라면(30개) 가격은 개점 초기 1만7290원에서 현재 1만6590원으로 두 달 만에 4% 내렸다. 마르티넬리 사과주스(296㎖·24병)는 같은 기간 3만5990원에서 3만2890원으로 8.6% 인하됐다.
소비자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창고형 할인점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이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빅마켓 영등포점은 이달 매출이 지난해 4월보다 9.2% 늘었다. 빅마켓 도봉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3.5% 증가했다. 트레이더스 7개 점포의 이달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달보다 32.9%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창고형 할인점은 6만원 선으로 4만원대인 대형마트를 50%가량 앞선다.
롯데마트는 현재 4개인 빅마켓 점포를 중장기적으로 1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9개 점포를 가진 코스트코를 규모 면에서 확실히 누르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기존 점포 중 매출이 부진한 곳을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현재 7개인 트레이더스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건비, 취급 품목 줄여 가격 인하
창고형 할인점이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인하 여력이 크다는 점도 ‘10원 경쟁’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납품업체에서 공급받은 대용량 포장을 해체하지 않은 채로 상품을 판매한다. 일반 대형마트에는 과자 라면 생수 등 대부분 상품이 낱개로 진열돼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에는 상품이 10~20개씩 포장된 채로 쌓여 있다.
포장 해체와 상품 진열에 들이는 시간과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판매가격을 내릴 수 있다. 박 부점장은 “일반 대형마트는 점포당 400~50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150명 내외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6만가지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3000~4000가지만 취급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판매 빈도가 높은 상품만 취급해 판매관리비를 대폭 낮추고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중 빅마켓과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에게만 물건을 판매하는 회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매장 운영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고객이 내는 연회비로 충당하는 대신 판매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경쟁사 가격 일일보고
창고형 할인점의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롯데마트가 빅마켓 영등포점과 도봉점을 연 지난 2월 말부터다. 빅마켓의 전략은 무조건 코스트코보다 싸게 판다는 것. 영등포점은 개장 첫날부터 신라면 바나나맛우유 등 인기 상품 가격을 코스트코 양평점보다 낮게 책정하며 공세를 취했다. 코스트코도 즉각 가격 인하로 맞받아치고 나왔다.
예컨대 빅마켓 영등포점은 지난 24일 울트라 주방세제 가격을 개당 7480원으로 낮췄다. 코스트코 양평점의 7490원보다 10원 싸게 공급하고 나선 것. 그러자 코스트코는 27일 7390원으로 역공을 취했고, 빅마켓은 29일 다시 10원 싼 7380원의 가격표를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빅마켓 영등포점이 들어선 이후 코스트코 양평점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며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 코스트코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매출 증가
업체 간 치고받기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다. 빅마켓 영등포점의 신라면(30개) 가격은 개점 초기 1만7290원에서 현재 1만6590원으로 두 달 만에 4% 내렸다. 마르티넬리 사과주스(296㎖·24병)는 같은 기간 3만5990원에서 3만2890원으로 8.6% 인하됐다.
소비자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창고형 할인점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의 이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빅마켓 영등포점은 이달 매출이 지난해 4월보다 9.2% 늘었다. 빅마켓 도봉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3.5% 증가했다. 트레이더스 7개 점포의 이달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달보다 32.9% 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창고형 할인점은 6만원 선으로 4만원대인 대형마트를 50%가량 앞선다.
롯데마트는 현재 4개인 빅마켓 점포를 중장기적으로 1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9개 점포를 가진 코스트코를 규모 면에서 확실히 누르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기존 점포 중 매출이 부진한 곳을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현재 7개인 트레이더스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건비, 취급 품목 줄여 가격 인하
창고형 할인점이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 인하 여력이 크다는 점도 ‘10원 경쟁’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납품업체에서 공급받은 대용량 포장을 해체하지 않은 채로 상품을 판매한다. 일반 대형마트에는 과자 라면 생수 등 대부분 상품이 낱개로 진열돼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에는 상품이 10~20개씩 포장된 채로 쌓여 있다.
포장 해체와 상품 진열에 들이는 시간과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판매가격을 내릴 수 있다. 박 부점장은 “일반 대형마트는 점포당 400~50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150명 내외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6만가지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3000~4000가지만 취급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판매 빈도가 높은 상품만 취급해 판매관리비를 대폭 낮추고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점 중 빅마켓과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에게만 물건을 판매하는 회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매장 운영 비용 중 상당 부분을 고객이 내는 연회비로 충당하는 대신 판매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