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9일 오전 6시14분

[마켓인사이트] EB 활용한 코스닥 M&A 등장
코스닥 기업 오너가 교환사채(EB)를 활용해 모기업이 거느린 상장 자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가 나왔다. 모기업이 계열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EB를 매입한 뒤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다.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이는 통상적인 기업 인수·합병(M&A)과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상장사를 인수하게 됐다.

하이쎌 팔고 에이치엘비 사고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쇄전자 업체 하이쎌의 대주주였던 진양곤 회장은 최근 배우자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11.25%)로 올라섰다. 구명정 및 전기계장을 만드는 에이치엘비는 하이쎌이 55%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으나, 하이쎌이 2011년부터 에이치엘비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서 지분관계가 사실상 청산됐다.

진 회장이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배경에는 EB가 있었다. 하이쎌 대주주였던 진 회장이 지난 1월 하이쎌 경영권을 리치커뮤니케이션에 매각하는 동시에 하이쎌이 보유 에이치엘비 주식을 담보로 발행한 EB를 인수한 것이다.

진 회장 일가는 하이쎌 주식 매각대금으로 34억원 규모의 EB를 인수한 뒤 3월 말 주당 2664원에 전량 행사해 에이치엘비 127만6275주(5.40%)를 취득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진 회장 부부는 앞서 2011년 발행한 EB를 작년 11월 주당 1976원(총 8억원)에 행사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주당 1930원, 2100원에 각각 행사하는 식으로 에이치엘비 지분을 확보했다.

EB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교환해 주기로 약속하고 발행하는 사채다. 발행 후 1년 뒤에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BW나 전환사채(CB)와 달리 발행 1개월 후부터 전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EB를 활용한 상장기업 M&A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 회장은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인수할 경우 잔금 미지급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EB는 거래 투명성이 높아 주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진 않았지만 EB에 교환가격 조정(리픽싱) 요건을 넣지 않는 등 기존 주주를 최대한 배려했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보트 되산 셈

진 회장 입장에서는 하이쎌을 팔고 에이치엘비를 인수함으로써 증시에 입성하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현대라이프보트를 되사는 셈이 됐다. 진 회장이 하이쎌을 인수한 시점은 2008년. 진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였던 현대라이프보트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우회상장을 통해서였다.

그해 말 하이쎌은 현대라이프보트 지분을 코스닥 기업 에이치엘비(당시 이노지디엔) 주식과 바꾸는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에이치엘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1월 100% 자회사였던 현대라이프보트를 합병했다. 진 회장이 에이치엘비를 인수한 만큼 애초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던 현대라이프보트를 다시 가져온 것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