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높은 영화·광고·음악…수익성 좋은 게임·포털·방송
영화와 광고, 음악 부문 상장기업의 지난해 성장세가 문화·엔터테인먼트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수익성은 게임·지식정보·방송 부문 상장기업들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분류 기준에 따라 80개 문화·엔터테인먼트 상장사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CJ CGV, 키이스트 등 8개 영화 관련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은 3441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33.6%)이 최고였다. 그 뒤를 이어 제일기획 등 4개 광고 상장사가 28.3%, SM·로엔·다날 등 11개 음악 상장사가 22.4%의 매출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광고·음악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7110억원, 1973억원이었다.

영화 부문에서는 지난해 관객 수가 크게 늘면서 극장, 배급사, 매니지먼트 업체들의 매출이 급증했다. 광고 분야에서는 시장 자체는 성장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제일기획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음악 상장사는 K팝 한류 덕분에 해외 매출이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들 세 부문 기업의 평균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영화 상장사의 순이익률은 3.8%, 광고는 4.0%, 음악은 2.7%에 그쳤다. 영화와 음악의 수익성이 낮은 것은 리스크가 큰 사업구조에다 신사업 실패로 적자를 본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 부문에서는 해외시장을 개척한 SM과 YG 등과 달리 내수에 의존한 3분의 2 정도의 기업들이 적자를 봤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박리다매형 사업구조도 낮은 수익성의 원인”이라며 “올 들어 음원가격을 인상해 음악 유통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높은 해외를 개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고 부문의 수익성이 저조한 이유는 대기업 산하의 인하우스 업체들이 제값을 받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NHN, 다음, 골프존 등 8개 상장사의 지난해 평균 순이익률은 16.7%로 최고였다. 엔씨소프트 등 19개 게임 상장사는 평균 12.9%, SBS 등 19개 방송 상장사는 평균 8%를 각각 기록했다. 이들 분야는 원소스멀티유즈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문화·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전체의 매출 증가율은 13.2%로 전체 상장사 평균(13.1%)과 비슷했다. 2009년 이후 전체 상장사 평균을 큰 폭으로 웃돌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2011년 실적이 매우 좋았던 것이 주된 원인이지만 산업이 성숙해지면서 성장세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출판,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장사들의 경우 신성장 동력이 사라졌고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문화·엔터테인먼트 상장사의 당기순이익률은 8.0%로 전체 상장사 3.7%를 웃돌았다. 다만 수익률은 하락 추세로 접어들어 2008년 6.2%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를 밑돌았다. 총자산순이익률(ROA)도 2009년 10.7%를 정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6.3%를 기록했다. 전체 상장사의 평균 ROA(3.5%)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았다. 이것도 성장성 지표처럼 산업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