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주요 통상과제 및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석 중앙대 교수, 최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주요 통상과제 및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석 중앙대 교수, 최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미국 투자자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남용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 배상금도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기업도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데 한국 정부의 피소 가능성만 줄이는 방향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다.”(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29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주요 통상과제 및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ISD 재협의, 소고기 시장 전면 개방,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한·미 간 통상 현안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 이 같은 현안들이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토론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이뤄졌다.

가장 토론이 활발했던 주제는 한국 측 요구로 재협의를 앞두고 있는 ISD였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최원목 교수는 “ISD는 197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제도로 통용되고 있다”면서도 “미국 기업의 ISD 제소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제소 전 제3자 중개 절차, 공평한 중재인 선임 방안, 정부 배상금 한계 설정 등 보완책을 미국과 추가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도 “한·미 FTA에 포함된 ISD는 투자 범위를 너무 넓게 설정해 두고 있다”며 “선물옵션 파생상품 등도 투자로 인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허 교수는 “ISD 제도는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효율적으로 국제 중재를 요구하는 제도”라며 “제소 가능성을 먼저 염두에 두면 자칫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토론자들은 미국 의회가 또 다른 한·미 간 통상 현안인 한국의 소고기 시장 완전 개방(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도 수입)을 ISD 재협의와 연계하는 것을 경계했다. 최 교수는 “ISD 개정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미국 의회 측은 그 대가로 한국의 소고기 시장 완전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정을 개정하지 않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원 자체 조사 결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여론이 좋아졌다”면서도 “다만 30개월 이상 소고기도 수입이라는 조건을 더해 설문하면 반대 의견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TPP에 참여하는 것을 한국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TPP에 참여하면 현재 FTA 협상이 중단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FTA를 맺는 우회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TPP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참여 시점을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