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실업률에 백기 든 올랑드…기업 감세안 들고 '우향우'
“더는 원치 않으니 설비를 팔고 떠나라.”(작년 11월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

“프랑스에 투자하려는 어떤 시도도 환영할 것이다.”(28일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부 장관)

불과 몇 달 사이 외국 기업에 대해 프랑스 정부 각료들이 내놓은 상반된 발언이다. 기업가와 해외 투자자들을 공격하던 올랑드정부의 기류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내달 15일 출범 만 1년을 맞는 올랑드정부가 저조한 경제지표를 개선할 돌파구를 ‘우측 깜빡이’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은 29일 엘리제궁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기업가를 위한 각종 감세안을 내놨다.

최악 실업률에 백기 든 올랑드…기업 감세안 들고 '우향우'
현재 40%인 자본 투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65%까지 올리는 한편 기업을 창업해 8년 이상 경영하고 있는 기업인에 대해서도 지분 관련 재산세 공제를 40%에서 85%로 올리기로 했다. 창업자가 원하는 해외 인력들이 쉽게 프랑스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스타트업(start-up) 비자’도 도입할 예정이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은 “이번 정책의 핵심은 프랑스가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을 외국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비즈니스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모스코비치 장관은 중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올랑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그는 28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방중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투자 유치”라며 “중국 기업들이 프랑스 기업을 사들이는 것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율이 75%에 달하는 부유세로 상징되는 과거 정책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부유세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을 필두로 지난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프랑스인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올랑드정부 각료들은 공공연히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2월 프랑스 내 방만한 노동조건을 비판한 미국 타이어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프랑스에 대해 완벽히 무지하다”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는 경제 환경이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올랑드정부 출범 첫 달 294만명이던 프랑스 실업자 수는 지난달 322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9.5%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자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감축을 우선시했던 프랑스 경제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가와 신뢰 회복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