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깜짝 실적을 거뒀다. 드릴십 매출 비중 증가와 해양 프로젝트 설계변경 정산 등 일회성요인이 호실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4402억원을 기록, 컨센서스(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2703억원)를 62.8% 웃돌았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단일 아이템 중 드릴십의 건조마진이 가장 높은 편인데 건설사업부문을 제외하고 전체 매출의 45% 정도를 드릴십 매출이 차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해양플랜트는 비표준화된 제품의 성격상 건조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 발생하는데, 1분기 해양플랜트 설계변경 정산 수익으로 880억원의 이익이 인식됐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본연의 영업실적도 예상보다 좋았지만, 1분기에는 해양부문에서 설계 변경 정산이익까지 더해져 대형조선소 3사 중 가장 안정적이고 뛰어난 수익성을 이어갔다"며 "해양플랜트 관련 수익성 우려를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도 "일회성요인을 제외할 경우에도 1분기 영업이익률은 9% 수준으로 높은편"이라며 "이는 직전 분기보다 12% 증가한 드릴십 매출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삼성중공업의 호실적이 GS건설 어닝 쇼크로 불거진 수주 산업 투자심리 부진의 늪에서 조선주가 차별화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1분기 실적은 조선업이 갖는 건설업과의 차별성을 잘 보여줬다"며 "GS건설에서 촉발된 수주산업 전반에 대한 수익성 우려에서 조선사들은 당분간 한발 비켜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민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이치스(Ichthys) CPF(Central Processing Facility), 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등 신개념 설비 건조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소한 해외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육상플랜트와 달리 해양플랜트는 조선소 야드라는 통제된 공간에서 건조되기 때문에 원가율 통제가 상대적으로 용이해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다만 2분기 이후 수익성이 둔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건조마진이 높은 드릴십의 매출 비중이 향후 다소 낮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어가겠지만, 1분기가 고점으로 판단된다"며 "1분기 드릴십 매출비중이 45%에 달했는데 3월 말 수주잔량에서는 37%로 2분기 이후에도 9%대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향후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7~8% 수준으로 정상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최근 잇따른 수주취소로 매출 기준 수주잔량이 1.7년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 등에 비춰 고수익성 수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