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의 운명을 결정짓는 열흘이 시작됐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비난해 온 한·미 독수리 훈련이 30일 종료된다. 정부는 29일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과 함께 인원 철수에 따른 후속 조치에 나선다. 이에 대해 북한이 강경 대응으로 맞설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금의 사태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북한의 조치에 따라 정부는 정해진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 공단 폐쇄 언급 안해

[개성공단 폐쇄 위기] 韓·美정상회담, 北·中 접촉…향후 열흘이 '개성공단 존폐' 분수령
북한은 지난 27일 개성공단 담당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을 통해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이라며 남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은 ‘폐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변인은 “청와대 안주인이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우리는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남측의 추가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계산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긴장이 완화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이미 폐쇄를 불사하겠다는 결론 아래 남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공은 이미 북한에 넘어가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하길 원하는지 포기하려는지 이제 곧 북한의 진의가 드러나는 순간이 올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정부 후속 대책은?

공단 내 우리 측 인원이 철수함에 따라 공단 내 시설 등 기업들의 투자자산에 대한 처리도 주목된다. 핵심은 전기공급 차단 여부다. 개성공단 전기는 한국전력이 경기 파주에서 문산을 거쳐 개성공단의 평화변전소로 공급한다. 전기공급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공단 내 시설과 수도 인프라 등이 고철로 전락하게 된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남측 인원들이 모두 귀환하는 29일 이후에는 공단 내 인프라를 관리할 인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송전 중단 및 추가 조치는 언제든지 취해질 수 있다. 정부는 전기공급 중단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선은 우리 국민이 안전하게 돌아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개성공단 철수 지지”

남북을 잇는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이 고사상태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중재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인원 전원 철수 조치에 대해 전적인 이해와 지지를 밝혔다. 특히 다음달 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 정상 간 깊이 있는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는 개성공단 문제 등 해결 방향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21~24일 미국으로 보내 대북정책을 조율한 데 이어 조만간 북한에 고위 인사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메신저 외교’를 시작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