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시계를 보고 있다. 롤렉스, 론진, 시티즌 등 2000개 가까운 시계브랜드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바젤신화연합뉴스
세계시계박람회 ‘바젤월드’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시계를 보고 있다. 롤렉스, 론진, 시티즌 등 2000개 가까운 시계브랜드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바젤신화연합뉴스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바젤시. 겨우내 조용하기만 했던 바젤은 요즘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매년 이맘때면 ‘바젤월드’라고 불리는 세계시계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도 지난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세계 1460개 시계 브랜드가 부스를 마련하고 신제품을 선보였다. 전람회장 밖에 진열된 상품까지 합하면 약 2000개 브랜드가 전시됐다. ‘복고풍 디자인, 첨단기술과 소재 그리고 럭셔리한 보석’이 올해 바젤월드의 키워드다.

○‘클래식’ 시계의 귀환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 가보니…시계, 클래식과 럭셔리에 빠졌다
‘시계의 황제’로 불리는 파텍필립은 한번 태엽을 감으면 8일 동안 작동하는 ‘5200 곤돌로 8데이즈’를 선보였다. 13년 전 새천년을 기념하며 발표했던 시계에 새로운 동력장치를 넣어 만들었다. 직접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기계식 시계로 용두(크라운)를 134번 돌리면 8일 동안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식이다. 복고형인 사각형 다이얼을 채택해 편안함을 추구했다는 평이다.

합리적 가격대의 ‘론진’은 올해 완전히 새로운 시계 라인 ‘콘퀘스트 클래식’을 내놨다. 캐주얼하면서도 클래식한 모양이 특징이다. 테두리에 다이아몬드를 입힌 것 등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전시됐다.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는 창사 100주년을 기념한 ‘그랜드 세이코 히스토리컬 컬렉션’을 선보였다. 끝이 날카로운 시계바늘과 손으로 감는 태엽 등 전통적인 형태로 제작했다.

○신기술·신소재의 향연

‘시티즌’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정확한 시간을 4초 만에 알려주는 시계를 선보였다. 흰색 세라믹 소재를 시계 테두리와 시계줄에 사용한 버전은 500개 한정판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세라믹 시계로 유명한 ‘라도’는 터치 기술을 활용한 여성용 시계 ‘에센자’를 처음 선보였다. 손가락으로 시계유리 왼쪽을 아래 방향으로 밀어주면 1시간 전으로 시침이 돌아가고 올리면 1시간 뒤로 움직인다. 글라스 오른쪽을 같은 방법으로 터치하면 1분씩 움직인다.

○중국인 겨냥한 보석시계

럭셔리 시계 브랜드인 ‘샤넬’은 문자판부터 시계줄까지 모든 것을 흰색으로 통일한 J12팬텀을 2000개 한정품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세라믹 시계인 ‘J12’의 흰색 버전이 나온 지 1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한 제품이다. 또 시계 케이스에만 524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제품도 처음 선보였다.

롤렉스는 베스트셀러인 ‘데이 데이트’ 시계의 테두리와 시계의 숫자 등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려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 데이트’(9000만원대)를 선보였다. 금으로 만든 여성용 제품은 화려한 연꽃모양을 넣었고 시계줄에도 다이아몬드를 입혔다. 가격은 1억원대다. ‘큰 손’인 중국인들을 겨냥, 금치장을 한 제품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바젤월드에 참가한 유일한 국내 브랜드인 ‘로만손’은 김연아 선수를 모티브로 만든 ‘그레이스 온 아이스’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450개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이 시계는 자개 소재로 문자판을 만들었다.

바젤(스위스)=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스와치, 30년 만에 바젤월드 첫 참가
부품 줄인 자동시계 출품…매일 전시 콘셉트 변경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 가보니…시계, 클래식과 럭셔리에 빠졌다
이번 바젤월드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 중 하나는 스위스의 ‘스와치’다. 30년 만에 바젤월드에 처음 참가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51개 부품만으로 만든 자동시계 ‘시스템51’(사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계는 손목에 차고 있으면 움직임에 따라 태엽이 자동으로 감긴다.

1983년 스와치가 처음 배터리 구동 방식의 시계를 내놓을 때 사용했던 부품 수가 51개다. 자동시계에는 최대 600개가량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배터리 구동형과 똑같은 개수의 부품을 사용해 자동시계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스와치그룹은 전문가들을 모아 ‘시스템51’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팀을 구성한 것은 물론 이 시계만 만드는 공장을 따로 지정했을 정도다.

닉 하이예크 스와치그룹 대표이사는 이번 바젤월드에서 “100~200스위스프랑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할 예정인데 이 시계를 밀리언 셀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0월께 전 세계 동시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1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스와치는 또 첫 바젤월드 참가를 기념해 매일 부스의 콘셉트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첫날은 혁신, 둘째날은 예술, 그 다음은 패션, 스포츠, 여성, 컬러 등을 주제로 매일 매장을 새로 꾸민 것이다.

첫날에는 혁신을 주제로 ‘시스템51’을 전격 공개했고 둘째날엔 키키 피카소 등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해 만든 시계들을 선보였다. 패션을 주제로 한 지난 27일엔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과의 협업 제품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