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못 고치는 ‘악습’은 무엇일까.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 지배권을 위임하는 일임매매 관련 규정을 자주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글로벌 지점 간에 국내 고객의 투자정보를 공유하다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들이 금감원의 검사결과 제재를 받은 것은 총 16건이다. 국내 증권사가 13건, 외국계 증권사가 3건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임매매 관련 규정 위반이나 고객자금 횡령을 비롯해 증권사 직원이 지인 명의로 계좌를 불법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 25일 금감원으로부터 면직 2명과 감봉 2명 등의 제재를 받은 우리투자증권은 부산 수영·서울 개포 지점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고객 요청으로 보관 중인 증권카드를 이용해 직원이 창구에서 출금하거나 계좌이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3인 명의 6개 계좌에서 78회에 걸쳐 7억3100만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에도 HTS거래를 신청해 달라고 고객이 맡긴 증권카드를 이용해 5인 명의 6개 계좌에서 23회에 걸쳐 6억5000만원을 횡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임매매란 투자자가 증권사 직원에게 투자상품의 수량과 시기·가격 등 계좌 지배권을 위임하는 거래다. 투자자가 지정한 범위 내에서 투자판단을 일임받을 수 있지만 영업직원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직원이 임의로 고객돈으로 거래를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 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사에 1개 계좌만 만들 수 있도록 한 규제도 유명무실했다. 삼성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에서 증권사 직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최대 10억원대 거래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CLSA코리아증권, 도이치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연초 고객의 거래내역을 외부에 제공, 금융실명거래법을 위반해 기관주의와 함께 각 사별로 3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