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가 주로 쓰는 애플 아이폰에 '선전포고'…삼성전자, 뉴욕타임스 8개면에 '갤럭시S4' 전면광고
“차세대 혁신(the next big thing)을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침 뉴욕타임스(NYT)를 펼쳐 본 미국 독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종합 일간지인 이 신문의 13면부터 20면까지 무려 8개 면에 걸쳐 새 스마트폰 갤럭시S4의 전면 광고(사진)를 실었기 때문이다.

뉴욕의 한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는 제시 맥컬럼은 “NYT가 최근 광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광고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섹션이 아닌 본지 8개 면에 걸쳐 한 제품의 광고를 실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NYT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국내면(national)’ 중간에 광고를 게재했다. 첫 번째 면에는 ‘차세대 혁신을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카피와 함께 갤럭시S4만의 다양한 기능을 제품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와이파이 없이도 여러 기기에서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그룹 플레이 기능, 5인치 크기의 풀HD 슈퍼아몰레드(AMOLED) 터치 스크린, 스크린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작동할 수 있는 에어제스처 기능, 듀얼 카메라를 비롯한 다양한 카메라 기능 등을 S4만이 갖춘 혁신적인 기능이라고 홍보했다. 이어 두 번째 면부터는 한 면에 한 기능씩 자세히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유독 NYT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실은 것은 뉴요커들이 주로 사용하는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선전포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삼성은 갤럭시S4로 올해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만큼은 아직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러 있다.

26~27일 전 세계 10여개국에 갤럭시S4가 출시된 이후 외신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은 편집장이 꼽은 최고의 제품인 ‘에디터스 초이스’에 갤럭시S4를 선정했다. 시넷은 디자인, 성능, 기능 등 세 가지 항목에서 10점 만점 중 9점의 점수를 줬다. 미국 IT 전문 매체 매셔블도 “업계 최고의 안드로이드폰”이라며 ‘매셔블 초이스’로 갤럭시S4를 꼽았다.

하지만 NYT는“애플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부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전제한 뒤 “삼성도 스마트폰 업계의 강자가 된 이후 애플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갤럭시S4에 예전만큼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뉴욕=유창재 특파원/심성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