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근로자 175명 전원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북한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해 제안한 실무회담을 거부하자 즉각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단을 내렸다.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뜻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질질 끌 일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생명이 걱정된다면 전원 철수시키면 될 것”이라고 빈정대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개성공단 근로자 진입 차단과 사업 중단에 대해선 “공단이 전면전쟁 도발의 구실로 악용될 인질로 전락해 신변안전보장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런 북한에 우리 근로자들을 맡겨왔던 게 문제다. 이제 근로자들의 안전한 귀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개성공단은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지경이다. 북한이 근로자의 진출입을 통보하는 군 통신선을 차단한 지 한 달이다. 심지어 북한은 식료품과 의료진까지 공단에 못 들어오게 막고 있다. 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근로자들이 식량 부족으로 컵라면 햇반 등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곧 떨어질 처지라고 한다. 환자라도 생기면 큰 탈이 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더는 머뭇거릴 여유도 없는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협박카드로 쓴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다. 북한은 근로자 임금 등을 통해 한 해 9000만달러 정도를 챙긴다. 1년 총수입이 30억달러로 추산되는 북한에는 상당한 외화수입원이다. 이런 공단을 북한이 말 한마디로 일방 폐쇄해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인질 운운하며 철수하라고 비아냥거리는 판이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북이 협박하면 뭐라도 양보하고 특혜를 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 터다.

박 대통령도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원칙을 지켜야 문제를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