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어제 업무 보고에서 농산물 가격 안정대를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배추 양파 등에 대해 일정 폭의 가격 안정대를 정해놓고 가격이 급등락하면 정부가 주의 경계 심각 등 3단계로 개입해 비축물량을 풀거나 수매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관건인 가격 밴드는 수급조절위원회를 신설해 생산농가와 소비자 간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안정 시스템을 만들려는 농림부의 의도를 모르지는 않는다. 올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는 1%대지만 신선채소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3배나 급등한 상황이다. 그러나 농산물은 계절적 요인에 민감한 특성 탓에 가격 변동성이 크다. 최근 배추 값 급등도 지난 겨울 한파와 폭설 때문이다. 그렇지만 4월부터 봄배추가 출하되면 다시 안정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농산물에 정부가 가격 밴드를 정해 관리하려면 1년 내내 가격에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격 밴드를 정한다는 것부터 무리다.

배추만 해도 무게가 같아도 품질, 농약사용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다. 봄배추와 가을배추, 고랭지배추, 유기농배추 등 종류도 다양하다. 더구나 농가와 소비자 간 합의로 가격을 정한다는 것도 탁상공론이다. 배추를 수확할 때마다 양쪽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게 틀림없다. 시장은 시장대로 엉망이 될 것이다. 당장 과잉공급이 구조화될 것이다. 배추 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사준다니 농가의 재배물량이 급증할 것이고, 올라가면 정부가 비축물량을 대거 풀 테니 배추가 넘쳐흐르게 된다. 배추 값은 정부가 보장해주니 걱정할 게 없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통구조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한 게 엊그제다. 특히 채소류는 유통비용이 가격의 70%를 넘는다. 배추 값을 낮추려는 것인지, 보장하겠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