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은행 전체 예금에 과세하기로 한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몰상식한 조치'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과세 계획이 알려지자 마자 키프로스 은행들이 운영하는 현금 자동인출기 앞에는 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휴일에도 불구하고 사나흘간 장사진을 쳤다.

키프로스 정부의 과세 계획과 준비 과정이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19일(현지시간) 그리스에 있는 키프로스 은행 지점의 자동인출기에서는 예금을 인출할 수 있었던 것도 문제라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지적했다.

만일 키프로스 은행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다면 예금자들은 모두 은행으로 몰려가 돈을 전액 인출하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일어났을 상황이다.

이런 과세 방침에 포르투갈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포르투갈은 2011년에 약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터라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조건에 촉각을 곧두세웠다.

아니발 카바코 실바 포르투갈 대통령은 이런 조치가 은행에 대한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상식이 결여된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중인 실바 대통령은 포르투갈 SIC TV와 한 인터뷰에서 "유럽은 매우 위험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며 "건전한 상식이 실종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은 이미 120억 유로를 따로 떼어내 은행 자본조정에 쓸 예정이지만 우선 재정 지출 삭감과 증세 등 고전적인 긴축 조치에 전념하고 있다.

카를로스 코스타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도 키프로스처럼 예금에 세금을 매기는 조치는 유럽 국가에서 발생해선 안된다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코스타 총재는 "포르투갈 예금자들은 안심하고 정부를 믿어도 된다"고 강조하며 포르투갈 내 뱅크런이 생길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예금 과세 조치가 '일회성'이라고 강조하지만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이탈리아나 재정 위기 불씨가 꺼지지 않은 스페인의 예금자에게 불안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