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등 사업주체간 조율 선행돼야 지원책 검토 가능"
주민의견 수렴부터 '난항' 예상…반발 완화 미지수

서울시가 좌초 위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코레일 등 사업주체들이 먼저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그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사업 파국의 가장 큰 원인은 코레일과 민간출자사의 재정 문제와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사업성 저하에 따른 것으로, 시가 적극 수용키로 한 코레일의 요구사항은 사업에 필요한 외부적 지원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18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법령 범위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한 코레일측의 요청 사안은 ▲사업계획 변경 후 개발요건 완화 ▲신속한 실시계획인가 ▲공유지 무상 귀속 ▲공유지 매각대금의 토지상환채권 인수 등 4가지다.

그러나 이들 4가지 요구사항은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들이 조율을 끝내고 공식적인 요청을 해와야 검토가 가능한 것이지, 시가 지금 당장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코레일의 제안은 정상화 방안이라기보다는 정상화로 가기 위한 외부 조건을 제시한 걸로 보인다"며 "우선 주민 의견을 물어 사업이 가능한지를 사업시행자가 1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민 의견수렴 절차 역시 법으로 규정된 게 아닌데다 어느 정도까지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시는 오세훈 전 시장이 2008년 의견수렴 절차에서 57%의 동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법적 하자는 없다"면서도 "(개발에) 나머지 50%가 반대하는데도 사업할 수 있게 한 도시개발법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는 이번에는 감정평가 후 주민 의견을 묻는 절차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의율 기준 등을 섣불리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국장은 "시행자는 50%는 돼야 한다고 판단하는데 주민들은 다른 의견도 많다"며 1차 관문인 의견 수렴부터도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했다.

의견 수렴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개발계획이 바뀌고, 시가 어느 정도까지 허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 국장은 "용적률이 낮아 지금 위기 상황을 맞았다든지 그런 단순한 논리는 아니지 않느냐"며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다만 향후 사업시행자측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서부이촌동을 대상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하고 사업계획을 변경해 신청하면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용적률이나 주거비율을 올려 사업성을 높여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코레일이 요청한 다른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시는 우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공유지 무상귀속 문제는 그나마 긍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공유지 매각대금을 토지상환채권으로 인수하는 방안은 전례가 없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고 광역교통개선대책 부담금(400억원) 완화는 국토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시는 또 당장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시가 서부이촌동을 통합개발하겠다면서 장밋빛 전망만 내놓은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가장 걱정되는 게 주민 대책이고 소송으로 이어지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전임 시정 때 투자를 권유한 정황은 있지만 공식적인 게 아니어서 보상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시가 이날 토지소유자 등의 부채와 상가세입자 생계 문제에 대해 우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존 제도 내에서 융자 지원을 하는 등 방법 외에 구체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상황이어서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시의 지원방안은 주민 합의와 민간투자자들의 정상화 동참을 통해 코레일 측에서 공식적으로 계획을 요청했을 때 가능하다"며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