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정책 공조' 위해 추가 인하 가능성 여전
"저성장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75%)에서 동결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개선되고, 국내 경제가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국내외 모두 더딘 회복세이긴 하지만 경기가 하반기에는 살아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 인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저성장의 우려를 없애고, 일본 엔저 공세 등 '글로벌 통화전쟁'에 대처하려면 머잖아 동결 행진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대외여건 개선…국내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

금통위의 동결 행진은 지난해 10월 인하 결정(3.00%→2.75%) 이후 다섯 달째다.

이달 결정은 바깥 상황이 전월보다 나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재정지출 삭감(시퀘스터)에 직면한 미국은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전월 실업률은 7.7%로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신흥시장국에서도 성장세가 이어갔다.

중국의 경우 1~2월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씩 회복했다.

다만 유로지역에서는 경제활동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체로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도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물론 지표상으로는 좋지 않다.

1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8% 감소하고 설비투자는 13.6% 급락했다.

2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 8.6% 줄었다.

하지만 소비 및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은 설 연휴 등 일시적 요소라는 분석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각각 1.4%, 1.3%로 전월과 유사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제도적 요인에 의한 하락 효과가 일부 소멸되면서 현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도 경제에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달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았다.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금리결정회의 직전 연이틀 2.61%로 사상 최저치를 지속했다.

시장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의 금리 인하에 베팅한 결과다.

그럼에도 금통위 선택은 동결이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 진 연구위원은 "국내 지표가 매달 등락을 반복해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남아 있다"며 "당분간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태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 새 정부와 '정책 공조' 가능성에 인하 가능성은 여전

이날 결정이 선제 조치라는 평가도 있다.

기준금리 조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되기까지는 적어도 3~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현재 한은은 상반기 1.9%, 하반기 3.5%의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이른바 '상저하고'형 경기 전망이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현재의 좋지 않은 상황을 위해 지난해 7월과 10월 금리를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역시 앞으로 6개월 뒤 경기가 회복할 것을 생각하면 이달 동결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결 행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저성장이 지속해 성장잠재력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일본의 엔저 공세 등 '글로벌 통화전쟁'에도 대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저성장 지속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가운데 중장기 시계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은은 올해 물가안정목표 범위로 2.5~3.5%를 제시했다.

최근 넉달 연속으로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면서 저물가가 저성장 기조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중수 총재는 "저물가도 고물가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고·엔저 현상이 극심하게 악화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조건부 금융거래세와 함께 완화적인 통화정책 추진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위해 금리 인하 등 조치를 조만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를 금통위가 결정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가 직접 정부 재정정책과 정책 공조 필요성을 이야기한 만큼 새 정부 인선이 끝나고 재정정책의 윤곽이 드러난 4월 금통위에서는 (새 정부 부양책에) 호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방현덕 기자 bingsoo@yna.co.kr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