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미래에셋생명의 '수수료 혁신'…보험 상식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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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미래에셋생명
변액 수수료 최대 65% 인하
장기 분납 형태로 바꿔 중도해지 때도 손실 최소화…한 달여 만에 580억 몰려
고객 중심으로 사고 전환
업계 첫 '스마트 모바일' 구축…보험상품 이름에 격언 넣어…외형보단 질적 성장 도모
변액 수수료 최대 65% 인하
장기 분납 형태로 바꿔 중도해지 때도 손실 최소화…한 달여 만에 580억 몰려
고객 중심으로 사고 전환
업계 첫 '스마트 모바일' 구축…보험상품 이름에 격언 넣어…외형보단 질적 성장 도모
‘미래에셋생명이 내놓은 신상품과 소비자 반응을 연구하라.’
최근 국내 주요 생명보험회사 상품개발팀들에 떨어진 특명이다. 미래에셋이 출시한 보험 신상품을 집중 연구해 보고 소비자 반응도 면밀하게 관찰하라는 주문이었다. 업계 경쟁자들이 이처럼 긴장한 것은 지난 1월 말 미래에셋이 출시한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가 계기였다. 진심의 차이는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초기 환급률을 대폭 끌어올린 차별화 상품이다. 작년 4월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보험에 가입한 지 10년 내에 중도 해지하면 원금도 못 찾는다’는 보고서를 낸 뒤 미래에셋생명이 수개월의 연구를 통해 상품 구조를 혁신한 결과물이다.
○“미래에셋, 게임의 법칙을 바꾸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뗀 금액을 펀드에 적립해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 총액을 결정하는 상품이다. 저금리 지속으로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변액보험에 가입자가 몰리면서 생명보험회사의 주력 상품이 됐다. 그런데 사업비를 선취하는 구조 때문에 중도 해지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예컨대 일반 변액보험의 경우 가입 3개월 후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지하게 되면 원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5년이 지나 펀드 운용 결과가 괜찮더라도 원금을 10% 넘게 손해보기도 한다.
미래에셋이 혁신한 것이 바로 이 수수료 선취 부분이다. 수수료를 최대 65%까지 낮추고 납부 방식도 장기 분납으로 변경했다. 사업비에 의존하던 오래된 관행을 탈피해 과감하게 게임의 법칙을 바꾸려는 시도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진심의 차이 출시 후 한 달여 만에 보험료 580억원이 걷혔다. 이는 미래에셋생명이 역대 출시한 상품 중 최대 규모의 월보험료 수입이다. 변액보험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전반적인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보험업계의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생명이 이 상품을 내놓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엇보다 설계사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게 관건이었다. 상품 판매 직후 받던 수당이 장기간 나눠 들어오는 데다 수당 자체도 적어져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면 결국 고객들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데 설계사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직접 전국 90여개 영업점을 돌며 취지를 설명하고 일일이 설득한 것도 설계사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일조했다.
○‘최초’ 타이틀 유난히 많은 보험사
미래에셋생명은 2005년 SK생명을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글로벌 투자 전문 그룹인 미래에셋그룹 자회사로, 유독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다.
미래에셋생명은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퇴직연금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에는 보험업계 최초로 소매 부문 펀드 판매 1조원을 달성했다. 그룹의 증권 부문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 결과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신탁업 겸영 인가를 취득한 곳도 미래에셋생명이다. 2010년에는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 상담 및 상품 설계가 가능한 ‘스마트모바일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4월 단행한 ‘이름 혁신’도 업계에 신선함을 몰고 왔다. 어렵고 딱딱하던 그간의 보험상품 이름에 격언을 넣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연금받는 종신보험에는 로맹롤랑(소설가)의 ‘인생은 교향악입니다’, 통합종신보험에는 칼릴 지브란(작가)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건강종신보험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철학자, 시인)의 ‘건강이야말로 최고의 재산입니다’, 연금보험에는 로베르트 융크(미래학자)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보험에는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꾸어라’를 인용해 상품명을 지었다. 강창규 미래에셋생명 상품개발본부장은 “고객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 상품명 하나부터 감동과 지혜를 주기 위해 철학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손쉬운 영업 마다하고 ‘질적 성장’ 추구
미래에셋생명은 작년 말 기준으로 총 자산 18조5000억원, 펀드 및 신탁 자산 4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그룹 차원의 판단에 따라 생명보험업계에 진입한 지 10년도 안돼 손꼽히는 규모를 달성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외형 성장을 계속해온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최 부회장 취임 이후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로 금융환경 불안과 경기 침체란 악조건 속에서도 질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손쉽게 실적을 낼 수 있는 저축성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보험 본연의 장점인 ‘보장성’을 강화한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것도 최근에 보이는 변화다. 미래에셋생명은 올 하반기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