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 변속기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5개월간 조사했어요.”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는 모두 가입해서 차주들의 목소리를 담았어요.”

“도요타·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 딜러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지난 8일 현대자동차 잡페어 ‘5분 자기PR’ 현장. 막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3명의 지원자들은 자신의 PR에 만족한 듯 보였다. ‘서류전형을 통과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죠”라고 대답했다. 현장서 만난 검정색 정장 차림의 이호영 씨(26·금오공대 4)는 새벽에 KTX를 타고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신청을 놓쳐 현장접수를 위해 낮 12시 시작 전에 도착하려고 새벽부터 일어났다.

지난 8~9일 서울 양재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올 상반기 현대차 잡페어가 열렸다. 현대차가 2011년부터 채용을 앞두고 연 2회 진행 중인 잡페어는 5분 자기PR, 자기소개서 1 대 1 클리닉, 선배와의 직무상담, 인사팀장과의 채용토크 등으로 진행됐다.

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이틀간 계속됐다. 합격자에게 서류전형 면제혜택을 주는 자기PR은 잡페어의 하이라이트다. 올해는 온라인 2400여명, 현장 1000여명 신청자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800여명이 인사담당자 앞에서 자기PR을 했다.

취업난 속에서 서류면제 혜택을 받는 자기PR의 인기는 대단했다. 잡페어 행사장은 입구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자기PR을 위해 3층에 마련된 6개 부스에는 면접관으로 나온 인사팀 직원 2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 앞에서 태블릿PC를 들고 열심히 설명하는 청년, 직접 작성한 브로마이드를 들고 와서 펼쳐 보이는 여학생, 때로는 춤을 추는 지원자도 보였다.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대본을 들고 연습을 하는 지원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자기PR을 마치고 나온 한 지원자는 “준비한 것의 70%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아주대 e-비즈니스학과에 재학 중인 이 학생은 “지난해 현대차 인턴에 지원해 인·적성에서 탈락했다”며 “오늘을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말했다. 국내영업에 지원한 그는 자기PR을 위해 국내 및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탐독하고, 자동차 커뮤니티 모임에 나가 차 소유주들은 물론 자동차 딜러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현대차에서 출시한 한 자동차의 새로운 변속기가 소비자에게 주는 이질감 해소’란 주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1층 안내 데스크에 마련된 커다란 스크린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현장 추첨을 통해 선발된 자기PR 지원자 명단이 떴다.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혹시나 자기 이름이 있을까 화면을 살폈다. 오후 4시쯤 부스에서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류경남 인사팀 과장은 “낮 12시부터 34명의 지원자 면접을 진행했는데 몇몇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류전형에서만 네 번 탈락했다는 한 지원자가 현업에서 쓰는 카티아(CATIA)라는 설계 프로그램을 직접 익혀왔더라”며 “스펙이나 현란한 말재주보다는 진정성을 보여준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줬다”고 귀띔했다. 장혜림 채용팀장은 “스펙과는 별개로 열정과 끼로 본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을 선발하는 게 자기PR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674명이 참여해 94명이, 하반기엔 840명이 응시해 134명이 서류전형을 면제받았다. 현대차 측은 “첫날 자기PR을 통해 약 70명이 서류면제 혜택을 받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틀간 잡페어를 다녀간 취업준비생은 4000여명으로 추산됐다. 현대차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상반기 공채원서를 받았다.

노윤경 한경잡앤스토리 기자 roh@jobn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