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매체 "말만 요란했던 정치개혁 주장 내막 공개될 듯"
"거액 축재 폭로로 구겨진 이미지 전환하는 최후의 승부수"


오는 17일 폐막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국회 격)에서 퇴임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역사에 고백하기 위해 퇴임 후 첫날 자서전 집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실의 한 소식통은 원 총리가 지난 2월 춘제(春節ㆍ설) 연휴 기간에 비서 3명에게 자서전 집필을 위한 비밀 자료를 챙겨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최근 전인대 기간에 아들이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한 후회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린 새가 나이 든 새보다 더 아름답게 노래한다'는 한시를 인용하며 후임 총리가 자신보다 일을 훨씬 더 훌륭하게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자서전에 총리 재임 10년간 직접 겪고 처리했던 주요 사건을 비롯해 평생의 기록을 담을 계획이다.

그는 특히 말만 요란하고 내용이 없었던 자신의 정치개혁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발 등 내막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그의 자서전 집필 계획은 자신 일가의 거액 축재 의혹 폭로로 완전히 훼손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려는 최후의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 총리는 총리 재임 10년간 '청렴한 서민 총리'로 인민의 사랑의 받아 왔으나 거액 축재 의혹으로 10년간 들인 '이미지 관리 공(功)'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원 총리는 종전 억울하게 비난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 마다 "나는 인민과 역사 앞에 당당하다", "역사만이 나를 심판하겠지만 나는 지금 한 일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공자의 말을 즐겨 사용했다.

자서전 출판 시기에 대해 원 총리는 "중국의 변혁 속도가 매우 빨라 총리도 평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민이 언제 이런 권리를 보유할지에 대해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다만 리펑(李鵬) 전 총리 일기와 비운의 정치인 자오쯔양(趙紫陽) 전 당 총서기의 자서전이 홍콩에서만 출판된 것과 달리 자신의 자서전이 중국에서 출판될 것을 희망했다고 한다.

총리실 소식통에 따르면 원 총리는 표면상 친민(親民) 이미지와는 달리 측근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이며 고집불통이었다.

그는 정치개혁에 대한 연설 원고는 절반 이상을 비서진과 의논 없이 자신이 즉흥적으로 작성했다.

이 때문에 비서진은 원 총리의 원고를 달라는 공산당 중앙 판공청의 요구에 때때로 난처했다고 한다.

보쉰은 원 총리가 외부에 개혁을 희망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비운의 정치인'으로 비치기도 했으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보다 더 노회한 '정치 오뚝이'인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자 한다면 누가 압력을 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매체는 원 총리가 은퇴 후 평범하고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쇼'를 벌이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